[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불황의 여파 탓일까. 생일축하 자리라 보기엔 너무나도 단촐했다. 외부 귀빈 한 명 초대되지 않았고, 흔한 화환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행사는 단 20분 만에 끝났다.
3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열며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1일 창립 43돌을 맞았다.
권오현 대표이사(부회장)는 이 자리에서 "세계경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자산업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고 미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실적 고공행진에 취해 자축할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다분했다. 무엇보다 현 실적이 스마트폰에 편중된 터라 삼성전자의 강점이었던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붕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짙어 보였다. 삼성이 제2의 소니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권 대표는 동시에 주문사항을 나열했다. 그는 먼저 "'열망하는 브랜드(Aspirational Brand)'로의 도약을 통해 글로벌 5대 브랜드 위상을 달성하자"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 경쟁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했다. "창의적인 조직문화 확립과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지속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권 대표는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전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며 "앞으로 쓰일 세계 전자산업 역사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담기도록 하자"고 사기를 북돋았다.
인사말에 앞서 회사를 위해 기여한 모범직원과 장기 근속자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이날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는 권 대표를 비롯해 윤부근, 신종균, 전동수, 김재권 등 각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사장단 등 임직원 400여명이 자리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까지, 행사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편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재용 사장은 이날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자를 이끌었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3일 해외출장길에 올라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