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올해로 도입 4년 째를 맞는 성인지 예산이 여전히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 국가재원이 양성평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제도인데, 정부 부처의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부족해 목적에 맞는 배분이 되지 않거나 아예 성인지 예산에서 배제된 분야도 많기 때문이다.
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3년 성인지 예산서'는 국가재정운용에서의 양성평등 접근이 아닌 단순 세부사업 단위에서의 성평등 목표를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성인지 예산으로 구분한 장애아동가족지원사업(578억원)은 여성의 일자리 확대라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여성 재활치료사가 더 많이 배려돼야 하는데, 사업절차상 장애아동 양육가정이 바우처를 지급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양성평등을 고려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또 3489억원이 배정된 고용노동부의 사업주능력개발지원금사업은 여성 사업대상자 대비 여성 성과목표를 적게 제시하고 있어 성평등 제고를 위한 운영계획으로 보기 어렵다.
사업 성격상 성인지 예산에서 제외돼야 할 사업들도 버젓이 성인지 예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와 행정안전부의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운영사업 예산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예산은 양성평등과 연결골리가 적고, 환경부의 국제환경교육사업 역시 참여국에서 실제 사업대상자와 수혜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국내 양성평등정책이나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예산과 관련성이 낮다.
국토해양부의 저상버스도입보조사업도 일반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지 성별의 구분을 두고 수혜자를 구분할 성격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반드시 성인지 예산서에 포함돼야 할 예산들은 정부의 관심에서 배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배치지원사업은 사업추진상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고, 고용노동부의 직장어린이집 지원사업 역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해 여성의 고용안정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여성인력 활용차원에서 성인지 예산에 포함돼야 하지만 예산서에는 빠져 있다.
성인지 예산 편성을 위한 정부의 성별수혜자 분석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의 청년직장체험프로그램, 취업성공패키지지원, 사회적 기업육성 등의 예산은 관련 통계를 제시하지 안고 있으며, 환경부의 환경무역대응대책추진사업은 사업대상자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국제기구 인턴십 근무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로 설정하고, 사업대상자 통계는 환경전문교육 수료 예상자수로 제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처럼 사업대상자나 수혜자선정 통계가 부적절하다고 분석된 사업이 모두 17개 사업에 달하며 관련 예산은 2조4364억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이는 성인지 대상사업 총예산의 18.9%에 달한다.
예산정책처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국가정책 및 재정운용방향과 연계될 수 있는 사업들이 성인지 예산 사업으로 선정될 필요가 있다"며 "분야별 정책목표에 성인지적 관점을 접목하지 않는 한 성인지 제도도입의 목적을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또 "국가재정운용의 주요 분야에 성인지적 정책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이 많은 세부사업을 성인지 대상사업에 포함하는 것보다는 중요한 성인지 정책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이와 연계된 세무정책 및 예산사업으로 성인지 예산서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