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갤럭시카메라'에 담긴 조급함과 부담감

입력 : 2012-11-07 오후 5:26:0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럭시 카메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의 강점인 스마트폰 기능을 접목해 카메라의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게 목표다. 창사 이래 최대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도 이 같은 야심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카메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렌즈'에 대한 본질적 접근 없이 스마트폰 플랫폼만으로 승부가 되겠느냐는 거다. 스마트 카메라의 입지가 당장 카메라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갖춘 상황도 아닐뿐더러, 특히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카메라의 경우 디지털 카메라로서의 정체성마저도 모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7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11월 중으로 갤럭시 카메라를 출시할 것"이라며 여전히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갤럭시 카메라를 직접 유통해야 하는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갑'을 누르는 '슈퍼 갑'으로 부상한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인다는 고백도 나왔다.
 
누구보다 갤럭시 카메라에 대해 회의적인 건 카메라 업계다. 캐논과 니콘 등 카메라 전문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왜 수많은 카메라 제품 라인업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유독 갤럭시 카메라를 집중 조명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삼성의 막강한 제조력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혁신적 아이템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최전선에서 소비자들을 접하는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충무로 카메라 상가를 찾아 갤럭시 카메라에 대한 시장 반응을 미리 엿봤다. 일선 대리점들은 "이미 와이파이 기반으로 나온 제품들이 소수 존재하지만 찾는 손님들은 사실상 전무하다"면서 "카메라의 본질은 렌즈"라고 단언했다. 렌즈를 도외시한 채 스펙만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갤럭시 카메라를 향한 신종균 사장의 각별한 관심의 배경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선사업부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독식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내놓는 제품마다 흥행하다 보니 자신감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특명이 있고 난 뒤 불과 3개월 만에 제품을 탄생시킬 정도로, 부담감이 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2년전 삼성테크윈에서 맡아하던 카메라 사업을 가져오는 대신 폐쇄회로(CCTV) 사업을 주는 '트레이드'까지 감행하며 카메라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 회장의 강한 주문("3년 안에 카메라를 1등으로 만들라")까지 공개됐으니 그 부담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카메라 산업은 하이엔드 시장으로 넘어갈수록 삼성의 최대 강점인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아닌 완벽한 제품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이 필요한 분야다. 일본 기업이 세계 카메라 시장을 수십년 동안 지배하고 있는 이유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카메라 분야에 쏟아넣은 막대한 투자와 특유의 장인정신 덕분이다.
 
그래서 삼성이 서둘러 갤럭시 카메라를 내놓은 게 오히려 자기 발목을 잡는 부담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조급함과 부담감이 중첩된 '오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카메라 사업과 관련해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삼성이 세계시장 1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에 따른 자기잠식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한동안 국내시장 1위를 달리던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소니에게 역전 당해 시장점유율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선두를 내주기까지 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발주자인 니콘과 캐논, 올림푸스 등이 무서운 기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며 삼성을 압박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지금 삼성에게는 첩경이 아닌 정도(正道)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제조력의 근간인 장인정신을 회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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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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