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의 원칙에 대한 질문에 지금까지 12개 펀드를 청산하며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서학수
대성창투(027830) 대표이사(49·
사진)의 답변이다.
서학수 대표이사는 대한증권(현 교보증권) 경제연구실을 거쳐 산은캐피탈의 전신인 한국기술금융에서 10년 동안 벤처 투자 업무를 담당한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지난 2000년부터 3년간 마일스톤벤처투자의 대표를 맡으면서 20여 개 업체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우주일렉트로닉스, 엘앤에프, 액토즈소프트 등 11개 업체가 상장에 성공했다.
그런 그가 '눈과 눈'을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곳에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리스크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Risk, No Gain)'는 벤처투자업계의 투자원칙이라고 했다.
◇대성창투가 美 '액세스 바이오'에 투자한 이유?
하지만 최근 서 대표는 벤처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스스로 깼다.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는 미국 뉴저지 소재 한상기업 액세스 바이오(Access Bio)에 대한 이야기다.
액세스 바이오는 말라리아, 에이즈 등 감염성 질환에 대한 체외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업체다. WHO 등 국제기구나 정부 등을 상대로 하는 B2G 비즈니스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춘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이건 계획대로 성장하면 다른 리스크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그래도..'라는 물음이 계속 뒤를 이었다"는 것이 그 당시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그런 서 대표에게 확신을 심어준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다. 엑세스 바이오 최영호 대표는 서 대표에겐 연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신뢰도 측면에서 '만점'을 받았다.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가며 지금의 액세스 바이오라는 기업을 일군 최 대표에 대해 "안철수 씨 이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투자를 받은 자금으로 법인명의의 차를 구입하는 이들과 달리 최 대표는 자신의 낡은 7인승 밴을 여전히 이용한다. 가끔 한국을 오갈 때면 여전히 이코노미석을 고집하는 인물이다.
액세스 바이오는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MSF(국경없는의사회) 등에 말라리아 진단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공인 받은 품질에 가격경쟁력이 더해지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매출액 674만, 영업이익 127만, 순이익 64만달러 수준이던 실적은 2010년 매출액 1142만, 영업이익 200만, 순이익 115만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지난해는 매출액 1698만, 영업이익 556만, 순이익 241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게다가 이 회사는 최근 국제연합(UN) 등 공공기관 쪽에서 실시한 감염성 질환에 대한 체외 진단키트 테스트에서 1등을 했다.
서 대표가 '사람' 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04년 투자했던 터치패널전문업체 디지텍시스템스(
디지텍시스템(091690))는 액세스바이오와는 달랐다.
기술력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당시 디지텍시스템스는 3년 연속 누적적자가 40억원에 달했다. 제품 개발이 늦어져 기존에 투자했던 창투사마저 외면했다.
서 대표는 직접 디지텍시스템스를 찾아갔다. 공장은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제품은 있는데 회사를 막 옮긴 탓인지 투자를 결정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그의 곁에 선 담당자는 서 대표에게 미국의 I사가 제품 양산을 검증하러 오기로 했다는 말을 흘리듯 전했다. I사는 납품업체에 마진을 많이 주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그 담당자의 말이 참말인지 거짓인지 여부가 중요했다. 확인이 필요했다. 그가 예전에 투자한 사람 가운데 미국의 I사와 거래를 하는 곳이 있었다.
통상 창투사들은 자금을 회수한 이후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서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유독 그와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냈다.
"확인했더니, 자기가 I사 담당자를 인천공항까지 에스코트했다면서 결과가 좋았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죠."
그렇게 극적으로 투자를 집행했던 디지텍시스템스는 2년 만에 IPO에 성공했고, 3년 만에 2708%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디지텍시스템스 투자에 성공을 거둔 직후 같은 업종의
모린스(110310)에 15억원을 투자해 2년 만에 52억원을 벌기도 했다
◇서 대표가 말하는 '따뜻한 금융'
벤처투자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투자분야에서도 대성창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영화투자는 대성창투를 대중에 널리 알린 분야다.
최근 투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그 관객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하면 2개 넘는 수익을 거둔다. 더불어 부가 판권이 발생하면 추가이익도 얻을 수 있다.
개봉을 앞둔 '내가 살인범이다'도 영화투자의 감을 잡기 위해 1년반 동안 한국영화를 다 봤다는 서학수 대표가 투자한 영화다.
이밖에 '가문의 위기'를 통해 208%의 수익을 올렸고, '말아톤(128%)' '미녀는 괴로워(116%)' '괴물(90%)' '웰컴 투 동막골(88%)' '작업의 정석(62%)' '타짜(57%)' 등이 대성창투의 성공작이다.
다만 서 대표는 "이젠 금융도 따뜻한 금융, 착한 성장을 고민할 때"라며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팩트 인베스트(Impact Invest)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일자리창출펀드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대성창투-MVP창업투자 컨소시엄은 지난 7월26일 정책금융공사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출자하는 최대 1250억원 규모의 일자리창출펀드 위탁운용사에 선정됐다.
이 펀드는 지난달 25일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펀드(The Innopis Job Creation Fund)라는 공식명칭으로 출범했다.
최초 출자약정액은 500억원으로 향후 단계적 증액을 통해 1250억원까지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 대표가 이끄는 대성창투는 지난 10월말 현재, 총 10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총 펀드규모는 2222억원(벤처펀드 1200억,콘텐츠펀드 1022억)이며, 현재 투자되어 있는 금액은 1098억원(벤처기업투자 644억, 콘텐츠관련투자 455억)이다.
설립후 26년간 3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했으며, IPO는 40여개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