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안철수에 "정치혐오에 편승해서 혁신 안 돼"

문재인에겐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안 다시 공약" 주문

입력 : 2012-11-12 오후 1:43:3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진보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분위기에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다시 공약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야권의 유력한 후보 두 분의 정치쇄신안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저는 약간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먼저 문 후보께서 비서실장으로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좀 해보라고 그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그렇게 간곡하게 여러 차례 말씀을 하시고, 청와대에 연구팀을 꾸려가지고 각종 해외사례 등을 다 조사해서 당에 보냈던 것을 아실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정 어려우면 한 선거구에 너댓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라도 좀 해보라고 그렇게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한 뒤 "지금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안을 내셨는데, 많이 부족하다"며 문 후보의 결단을 주문했다.
 
그는 또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겐 "새정치공동선언 협상을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뭐 가지고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고 있냐"면서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나 정책에 대한 소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서 구현해주는 수준 높은 정치를 국민들은 원하고, 그것을 위해서 여러 가지 혁신을 요청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위원장은 "싸구려 정치를 하라는 게 아니다"면서 "예전에 정치·정당 혐오정서에 기대어 그걸 혁신인양 '오세훈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선거자금이 문제가 돼서 정치쇄신 요구가 나온 건데, 엉뚱하게 매우 합법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던 정당후원금 제도를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원금이 없어진 것은 몇 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동당은 2, 30억원 정도의 합법적이고 투명한 정당후원금이 다 사라졌다"면서 "차떼기 범죄는 한나라당이 저질렀는데 엉뚱하게 그것과 아무 상관없는 정당후원제도를 목 죄어 결국 어려운 가운데 정치혁신을 위해 노력하던 진보정당만 목 졸라서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은 대선이나 총선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이나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 국회의원들과 정당이 누리는 기득권은 단순다수제를 골간으로 하는 소선거구제도와 지역주의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그런데 근본을 남겨놓고 지금 엉뚱하게 뼛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데 연고를 바르는 걸로 정치쇄신을 논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것은 본질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아주 유해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 한다고 무슨 기득권이라고 욕하지 마시라. 진보정의당은 기득권 없는 정당이고 저는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도 아니다"면서 "양심을 가지고 솔직히 말씀을 드리는데, 그런 식으로 일부 국민들의 정치 혐오정서에 편승해서 정치혁신에 접근하면 안 후보께서 원래 뜻한 바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에 기여하는 그런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수술 방법을 제대로 찾으려면 유능한 의사는 제일 먼저 환자가 어떤 증세를 호소하는지, 환자의 생활습관이 어떠한지 문진을 잘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엉터리 처방을 해가지고 엉뚱한 데로 정치혁신을 끌고 가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제대로 제도개선, 선거제도 혁신을 통해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당의 부당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쪽으로 다시 한 번 살펴주시라"고 호소했다.
 
한편 유 위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선 "최소한의 염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지난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것을 정략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그랬다"고 꼬집었다.
 
유 위원장은 "그때 그 제안을 했다고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박근혜씨가 지금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정치쇄신안이라고 내놓은 게 사실상 겨우 그거 하나 아니냐"며 "지금 와서 그 얘기를 하려면 도대체 5년 동안 약속했던 것 다 위반하고 뭐 하다가 이제 와서 중임제 개헌을 하자고 하는지, 최소한의 원칙과 인간적 도리와 염치라도 좀 챙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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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