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추락으로 표류하는 사이 효성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완공, 문을 열었지만 제대로 된 운영 한 번 못해본 채 격한 송사에 휘말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세빛둥둥섬은 지난 2009년 씨앤우방이 자금난으로 사업을 포기한 뒤 효성이 이를 인수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사업자가 바뀌면서 애초 기획한 사업에서 숱한 변경이 있었고, 지난해 겨우 가까스로 완공했으나 1년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빛둥둥섬의 운영 사업을 맡고 있는 플로섬은 효성의 주요 종속회사(자산총액이 지배회사 재무제표상 자산총액의 10% 이상이거나, 500억원 이상인 기업)로 지난해에만 101억6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효성이 같은 기간 기록한 당기순손실 937억9300만원 가운데 플로섬이 차지하는 비중이 10.77%나 되는 셈이다.
◇ 반포대교 위에서 바라본 세빛둥둥섬(=플로섬 홈페이지)
플로섬이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든 세빛둥둥섬의 운영을 시작해야 하지만, 현 상황은 효성에게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무엇보다 행정수장이 바뀐 서울시가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지난 7월 감사를 통해 세빛둥둥섬 사업이 ▲시의회의 동의절차와 공유재산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 ▲사업자와 수입을 누락하고 경비를 부풀리는 등 비정상적으로 사업비를 늘리려고 시도 ▲두 차례나 협약을 변경해 총 투자비를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린 것 ▲무상사용기간을 무리하게 20년에서 30년으로 10년 연장한 점 등 플로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때문에 플로섬은 지난해 9월 완공된 세빛둥둥섬을 제대로 운영조차 못한 채 1년을 허송세월 보내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미 맺은 계약 내용에도 수정이 예상되면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해질 것으로 보여 플로섬에 적잖은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감사결과에 따라 독소조항 및 불공정 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는 것을 포함해 계약 정상화, 절차상 하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을 플로섬과 협의 진행 중에 있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 양측 모두 입을 다물고 있지만, 효성과 플로섬에 유리한 계약 내용에 수정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미 13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 것도 모자라 올해 설계변경과 도교 개선 공사를 위해 200억원 사업비가 추가적으로 투입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도 예상된다.
플로섬은 세빛둥둥섬의 사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발생되는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기 때문에 서울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플로섬 관계자는 "서울시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임대 운영자가 선뜻 나서겠느냐"며 "이왕 만들어진 시설물인 만큼 하루빨리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해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협상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그가 중도 퇴진하고 박원순 서울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