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해지는 금융당국 '채찍질'에 은행권은 '죽을맛'

보이스피싱 피해 책임 검토·저축은행 이어 하우스푸어 대책까지
수익성 악화 장기화 조짐..은행 "과도한 사회적 책임 부담"

입력 : 2012-11-13 오후 7:02:41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금융당국의 은행권 '팔 비틀기'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와 가계부채 문제 등 각종 경제문제들은 물론, 고졸채용 같은 사회적 책임까지 은행들에 압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모든 문제를 은행권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과도한 지출을 강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감원 "보이스피싱 피해, 은행도 책임져라"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은행도 보이스피싱 피해에 일부 보상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날 "카드사들이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손해를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것처럼 은행권에도 비슷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중"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한 보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속은 피해자의 과실이 크다며 보상 책임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적용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에는 피해 과실로 발생한 금융사고의 경우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조항 역시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접근매체의 도난이나 분실을 통보받기 전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고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방지 홍보 캠페인도 이미 시행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피해 책임까지 묻는 것은 지나치다"며 "금융사고의 경우 누구 책임인지를 가리는 것 자체가 대단히 모호한데 어떻게 법률로 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은행권, 저축은행·하우스푸어 대책까지 떠맡아
 
올 들어 금융당국은 계속 은행권의 목을 죄오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역시 금융지주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수습에 나섰다.
 
4대 금융지주사는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규모가 크고 부실 정도가 심한 저축은행을 하나씩 인수, 얼마 전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떠안은 저축은행들이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실적 악화에 일조하고 있는 점이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전신 토마토저축은행)의 지난 9월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은 132억원에 이른다. 하나저축은행(전신 제일2+에이스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전신 삼화저축은행), KB저축은행(전신 제일저축은행)도 각각 235억원, 92억원, 9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까지 덤터기를 쓸 판국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공조해야 할 사안"이라며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일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단 한명의 신청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금융당국이 금융권에만 하우스푸어 책임을 미루려고만 하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권혁세 금감원장이 "은행권에 신용유의자의 일자리 지원을 독려하겠다"고 말해 고졸 채용에 이어 은행권이 또 다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미지가 퍼져 있지만 은행권 전체 보유자산에 비하면 연간 수익은 1% 정도 밖에 안된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내년이면 바젤Ⅲ 등 각종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데 영업과 상관없는 부분에 대한 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그 결과는 국내 경제와 국민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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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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