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국내 증시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소진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통상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기관의 매수 여력이 점차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기관이 매수하는 종목들의 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권가에서는 ‘기관 추종 매매’가 현 시점에서 가장 유효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6000억원 이상을 팔아 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은 6100억원 이상을 매수했고 특히 연기금은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는 등 그 매수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올해 안에 가시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외국인 자금이 지수를 상승시키는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 기관과 연기금이 얼마나 지수에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즉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관의 매매 영향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더군다나 연기금의 경우 11월과 12월에 자금을 집행했던 빈도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종목별 대응에 있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의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에 집중하라는 것.
실제로 기관이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간 종목들의 주가 흐름도 좋은 상황이다.
기관이 최장 기간 연속 매수를 한 종목은
LG전자(066570)로, 기관은 지난달 9일부터 매수우위를 기록하기 시작해 28일 동안 매수랠리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LG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향후에도 휴대폰 사업의 실적 개선 가시성이 높다는 증권가의 평가가 이어지며 종가기준으로 19% 상승했다.
SK(003600)는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의 러브콜을 가장 뜨겁게 받는 종목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매수랠리는 22일간 이어져 같은 기간 동안 11.9%의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증권가에서는 SK의 경우 자회사인 SK E&C의 견조한 연간 실적과 더불어 전력수급 부족으로 인한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기관이 매도랠리를 펼치는 종목은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관이 24일 연속으로 매도한
두산중공업(034020)은 이 기간 동안 19% 넘게 하락해 같은 기간 코스피가 2.8% 내린 것에 비해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10월 하순 이후 기관과 연기금은 IT•통신•음식료•전기가스•제약 업종을 순매수 하고 있다”며 “당분간 제한적인 지수 등락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전망을 기본으로 한 기관 투자자의 선택과 집중을 불가피해 보여 결국 단기 대응도 기관 추종 매매가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