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과 유럽이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재정절벽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예산 삭감과 증세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유럽 역시 긴축을 주장하는 독일과 이를 반대하는 영국, 프랑스 등 회원국간 충돌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세계가 우려하는 재정적자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도한 재정감축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재정적자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나톨 칼레츠키 "재정적자 위기 실체 없다"..긴축 '반대'
아나톨 칼레츠키는 최근 외신 칼럼을 통해 자신을 재정적자의 감축을 부정하는 '디피시트 디나이어(Deficit Denial)'라고 명명했다. 이런 고백을 하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쁘다는 비난이 있지만 여전히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위협하는 재정적자의 실체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금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며 각국 정부는 얼마든지 쉽게 자금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아 파산이 임박한 통상의 국가 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 국가의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헤지펀드와 백만장자, 국부펀드 등 민간 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그는 "누구보다 금융에 밝은 그들은 현재의 재정적자 문제가 정부를 파탄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때문"이라고 주장했다.
◇美·英 채무위험 그리 높지 않아
재정절벽 우려에 시달리는 미국의 채무수준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재정절벽을 피하지 못한다 해도 미국 정부의 순채무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총생산 대비 89%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40년대 미국과 영국의 국가 채무비율은 110%를 넘을 때도 있었지만 양국은 이후 20년간 강력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고도 했다.
오히려 현재 미국과 영국의 재정상황은 당시보다 더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행한 국채의 3분의2는 중앙은행이 사들였다는 이유에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영국중앙은행(BOE)은 정부의 일부로 봐야 하므로 양국이 보유한 국채는 결국 스스로에게 빌린 셈이다.
실제로 양국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국채를 제외하면 실제 정부 빚은 GDP대비 65%으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위기 조장하는 정치인이 문제
그는 각국이 처한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보수 정치인의 극단적인 주장에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라는 이름만 붙으면 무조건 반대만 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증세에 따른 경기위축, 복지비용 부담, 인플레이션 우려 등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과 영국은 1940년대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100%를 넘었지만 정부지출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며 위기를 극복해왔으며 부자에 대한 세율이 50%에 달했을 때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엄청난 돈을 뿌리면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지만 이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통화량은 위기 이후 민간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에 나선 통화량을 보완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아나톨 칼레츠키는 "극단론자들은 재정적자 문제를 방패 삼아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한편, 재정적자 감축에 도움이 되는 증세에는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미 오바마 재선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