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재선 이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표방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 재연으로 외교 현안이 다시 중동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은 간신히 체면을 살리게 됐지만 근본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오바마 한 숨 돌려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던 교전을 종료하고 휴전협정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일 가자지구에 공습을 재개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협상이 뒤로 미뤄졌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급파한 클린턴 국무장관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충돌사태가 일단락 됐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 교환 후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 안에 기회를 주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권고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휴전 중재안에 확답을 주지 않는 이스라엘에 휴전을 종용했고 그 결과 휴전협정을 이끌어낸 미국은 다시 한번 중동 사태와 관련 역할과 지위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최근 반정부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환경이 바뀌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어 온 상황에서 이번 휴전협상이 미국의 체면을 살린 셈이다.
◇아시아로의 중심 축 강조한 오바마 외교..중동에 발 묶여
그러나 이번 사태로 재선 이후 아시아를 중심축으로 놓겠다던 오바마 외교정책은 답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외교정책이 가자지구 분쟁으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18일 첫 방문국인 태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가자지구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전화통화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던 오바마가 클린턴 장관을 중동에 급파한 것을 두고 중동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전략의 변화가 아니냐"는 시각을 내놨다.
지금까지 중동 문제에 발을 살짝 담그는 정도로 개입을 자제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이 미국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약화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중동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캠프에서 자문을 맡았던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한 발 떨어져서 다루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외교 강화 위해선 중동 평화 '필수'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동 외교는 아시아 외교 강화를 위해서도 필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원유수입을 중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오바마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옮겨갈수록 중동 지역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제프리 다이어 칼럼리스트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중동의 원유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며 "중동의 정세가 불안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정세 악화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미국의 아시아 중심 외교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톰 도닐런 국가 안보 보좌관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협력국가들의 유조선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시아 중심 외교에 큰 변수가 생긴다"며 "중동의 평화가 전제되어야 아시아가 발전할 수 있고, 이는 곧 미국의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존 알터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아시아는 상당량의 연료를 중동에 의존하는 상태"라며 "미국은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하되 중동을 놓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