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여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의정부역 흉기난동, 울산 슈퍼마켓 칼부림 사건. 최근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 이유 없이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의 자포자기형 분노 범죄다. 자신의 경제적 조건이 하락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자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경제적 어려움, 고용 불안, 잦은 실업, 사회적 차별 등 불안정한 사회의 구조적 영향 속에 패자부활조차 불가능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스토마토는 묻지마 범죄를 무조건 범죄로 여기기보다는 이를 양산하게 하는 사회적·경제적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사회적으로 넘쳐나는 '화'를 유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업 구상부터 현장감독까지 30년 넘게 이 분야에 몸 담아 왔습니다. 이 경력으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제게 좌절감만 주네요."
중견기업에서 명예 퇴직한 임철중(58세) 씨의 한탄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며 노후는 길어졌만 은퇴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재 한국 직장인의 평균 정년은 55세 전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정년이 65살인데 비해 10년이나 빠르다. 일자리만 있으면 건강도 챙기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고령자의 취업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뿐 아니라 개인도 노후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할 만큼 고령화는 우리사회에 급격히 찾아왔다.
◇"은퇴 후 삶 막막"..노후 준비 '낙제점'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전보다 결혼은 늦게 하는 반면 퇴직은 점점 빨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혼 이후 소득을 벌어들이는 경제 활동 기간은 짧아지는 반면 소득 없이 30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혼인 및 이혼 통계'에 따르면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30.4세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비해 남성과 여성의 초혼 연령은 각각 2.5세, 2.4세 높아진 것.
현재 직장인 평균 퇴직연령은 52~57세다. 그러나 취업정보 전문 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2010년 조사한 직장인들의 체감 정년퇴직 연령을 조사한 결과 48.2세로 더 낮게 나타났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도 노후에 대한 준비는 낙제점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3명 중 1명은 저임금 근로자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후반 이상의 은퇴 후 삶에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가 책정한 노후 준비 정도를 보면 베이비붐 전 세대(만 57~66세)는 60.9점, 베이비붐 세대(만 48~56세) 64.8점, 베이비붐 후 세대(만 39~47세) 65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압박이 강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월 최저생계비 90만6830원(2인 기준)을 갖추지 못한 은퇴 빈곤층은 101만 5000가구로, 전체 은퇴 가구의 38.4%에 달했다. 적정 생활비 이상의 소득을 확보하고 있는 가구는 3.2% 뿐이다.
생산직 베이비부머의 90%는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이 경제활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54.9%)과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유지(31.6%)를 위해서다.
그러나 50대 이상의 재취업은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집계한 50~60대 실업자는 18만7000명이다. 구직 단념자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까지 합치면 지난해 고령 실업자는 98만4000명에 이른다.
◇늙어가는 대한민국..38년 후엔 65세 이상 노인 40% 차지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를 차지하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였으나 올해 11.8%까지 증가했다.
◇연령계층별 고령인구 (출처: 통계청)
오는 2018년에는 고령층 인구 비중이 14%인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에 비해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6년 빠른 셈이다.
통계청이 예측한 2050년의 모습은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수를 지배하는 완전한 '역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현재 5000만명을 돌파한 우리나라 인구는 4200만명으로 감소하면서 80세 이상의 노인층이 두터워질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50년엔 38.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정부는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15년에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정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논의를 거쳐 정년 연장인지, 정년제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인지, 정년제를 의무화한다는 것인지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