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표 얻으려 표 버리는 국회

입력 : 2012-11-23 오후 4:42:48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회의 포퓰리즘적 입법 행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최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심(票心)만 의식한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난 4.11 총선때 좀 더 나은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몇 날 며칠을 선거 책자를 뒤적거렸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써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요즘 국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특정부문의 득표에 유리하다고만 생각되면 무조건 지원 법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예산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22일 교통대란 직전까지 몰고 갔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포퓰리즘 입법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고민이라면 고통이 따르지만 요금 인상이나 택시 감축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했어야 하지만, 무턱대고 세금부터 부어보자는 논리다.
 
한정된 예산을 이쪽에서 떼어 다른 한쪽에 주겠다고 하니 택시업계와 버스업계는 서로 정면 충돌했고, 애꿎은 시민들만 이른 아침 발만 동동 굴리며 불편을 겪었다.
 
지식경제위원회가 통과시키고 법사위로 보내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오전 10시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매월 1회 이상 2일 이내인 의무휴업일을 3일 이내로 확대토록 했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월 3일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도 4시간 확대토록 강제하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형마트와 관련된 농어민, 소상공인, 납품업체 등의 피해액만 연간 5조원으로 추정된다. 대평마트 납품업체와 농민들은 생존권을 지키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통과시킨 '군 공항 이전법',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통과시킨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역시 오로지 표에 눈먼 선심성 법안들로 꼽힌다.
 
국회의 역할은 정치가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버리고 '갈등 조정'이 아니라 '갈등 조장'을 하고 있다. 국회 스스로가 존재 이유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입법권이나 남용하라고 그들에게 귀중한 '표' 한 표를 던진게 아니다. 표를 얻고자 선택한 무책임한 입법이 결국 표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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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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