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최후진술의 의미 뜯어보니

입력 : 2012-11-27 오후 3:06:42
[뉴스토마토 최기철·김기성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 받았다. SK는 무죄 입증을 확신한 터라 당혹감을 내비쳤지만 일부에서는 안도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검찰이 논고문에서 밝힌 구형 사유와는 달리 실제 구형은 권고형량 중 최저형량인 징역 4년에 그쳤기 때문이다. SK로서는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날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 회장의 최후진술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10여분 간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먼저 "사건 초기에는 당황스럽고 억울했다"면서 "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기소되고 재판 받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아야 하는지 괴로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은 특히 "(외부에서 아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계열사들이 독립적 위치에서 (경영현안을) 결정하고 있다"면서 "마치 총수가 모든 걸 지시하고 다 정한다는 오해가 많았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실제로는 좀 더 독립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면 어려운 전쟁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의 권한을 대폭 내려놓는 일대 승부수를 던졌다. 지주사가 각 사를 관장하던 수직적 위계구조에서 탈피해, 계열사 중심의 독립적이고도 수평적 구조로 그룹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내용의 '따로 또 같이 3.0'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최 회장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말과 같았다. 군림과 지배로 상징되는 제왕적 권한의 포기였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뒤따랐다. 이미 지주사 체제(물론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은 있다)로 전환한 SK가 계열사 자율책임경영제라는 획기적 모범답안마저 내놓음으로써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화답했다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으로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재판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도록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 회장 부재라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그룹 운영체계를 각 사별로 마련토록 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SK는 최 회장의 무죄를 확신한다는 이유로 이같은 해석을 극구 부인했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상식이다.
 
최 회장은 이어 "동생 마음을 더 헤아리지 못한 제 불찰이 컸다"면서 "동생을 잘 보살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 동생이 회사에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라며 "형으로서 분명히 믿고 있고, 동생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늘 신뢰를 줬다"고 말했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애틋한 정과 무한신뢰를 보였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평이다. 또 형으로서의 책임감도 강조됐다고 말했다. 물론 선긋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도 법조계 안팎에서 함께 나왔다.
 
이제 법원의 선고만 남았다. 내달 28일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검찰 구형 수준이 낮아, 법원으로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데 부담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예에서 보듯, 법원이 최근 재벌총수 등 기업인에 대해 양형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향이 뚜렷해 재판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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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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