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포스코(005490)가 철강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철강 분야를 강화하면서 위기 탈출에 한걸음 다가섰다. 내년도 철강업계가 여전히 바닥을 헤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사업 다각화는 포스코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 됐다.
26일 증권가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의 주축 산업인 철강 부문 위축이 두드러진 반면 소재와 에너지 등 비철강 부문에서 예상외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공급과잉과 판가하락 등의 악재가 지속되면서 철강 부문의 이익은 감소하겠지만 비철강 부문은 성장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2009년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크게 늘려 나가자 여론은 이내 차가워졌다. 재벌그룹을 본떠 무리한 확장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이는 포스코를 움츠리게 만들었고 결국 올 연말 사업 구조조정 착수의 배경이 됐다. 악화된 포스코의 재정 여력은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 3월 정준양 회장이 재임사를 통해 "지난 3년이 초우량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면 앞으로 3년은 수확하는 시기"라고 언급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의문은 여전했다. 철강 전문기업으로서의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에 힘쓸 때라는 조언도 잇따랐다. 하지만 뚝심은 끝내 비철강 부문의 실적을 견인하는 요인이 됐고, 이는 포스코의 안정적 사업구조로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실적이 가시화된 데 따른 결과다. 김학준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에만 올인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포스코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비철강 부문 계열사들이 선전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비철강 부문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의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21.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E&C와 에너지 등 비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36.7% 증가했다. 또 지난 2010년 평균 9.6%를 기록했던 비철강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15%를 넘어섰고, 급기야 올 3분기(누계 기준)엔 24.2%로까지 확대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철강 부문의 이익이 하락세인 점을 들어 비철강 부문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는 지적도 내놓았지만, 전반적으로는 포스코의 포트폴리오 구축에 높은 점수를 주며 사업 다각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불필요한 사업 부문에 있어선 여전히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포스코도 이를 일정 부분 받아들였다.
특히 지난 2010년 이래 이익 기여도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부문은 무역(3분기 누계 평균 8.1%)과 에너지 부문(7.5%)이다. 무역 부문에서는 2010년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이 무역 네트워크의 강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순항하고 있다. 3분기 철강재 해외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한 295만톤(누계)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미얀마 가스전의 상업생산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포스코에너지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9% 늘어난 6296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소재 분야인
포스코켐텍(003670) 역시 2차전지와 음극재 등 신사업 추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8.7% 늘었다.
포스코엠텍(009520)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다, 최근 몰리브덴 습식제련공장을 준공하면서 포스코의 핵심 소재기업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철강업을 기반으로 기초 소재에서부터 생산과 운영, 판매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밸류체인(Value Chain)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는 201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프로젝트의 경우 포스코건설과 포스코ICT,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켐텍이 제철소 건설에, 포스코엠텍과 포스코켐텍, 대우인터내셔널은 원자재 공급과 제품판매, 부산물 처리 등 운영에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