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겨울철 전력난 해소를 위해 다음달부터 에너지사용 제한조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규제 위반에 따른 처벌조치가 미흡해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내달 3일부터 모두 5가지 에너지사용 제한조치를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대기업 등 대규모 전기사용자의 전기사용량 의무감축, 백화점 등 대형건물의 난방온도 20℃이하 제한, 문열고 난방영업 금지, 네온사인 사용제한, 전력예비율 관심단계 진입시 난방기 순차운영제한 등의 내용이다.
문제는 이들 규제방안에 대한 처벌규정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 부과뿐이라는 점이다.
이들 5가지 규제방안은 모두 다른 방식과 다른 대상에 대한 의무규제이지만 이를 위반할 경우에 따른 과태료규정은 최대 300만원으로 동일하다.
계약전력 3000kW이상의 대기업 6000개 사업장의 경우 내년 1월~2월 전기사용량을 올해 12월 사용량 대비 3~10%까지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고, 개인사업장의 경우 난방기를 사용하면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피크시간대에 네온사인을 1개만 사용해야 하는 등 사업장별로 규제의 내용이 전혀 다르지만 처벌책은 획일화돼 있다.
대기업이 전력규제를 위반해도, 소규모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열고 난방기를 켜도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이다.
또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도 곧바로 적용되지 않고 5번이나 적발돼야만 부과토록 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이번 에너지사용 제한조치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은 최초 1회 적발시에는 구두경고로만 제한하고, 2회 째 적발되면 50만원, 3회 째 적발시에 100만원 4회 째에 200만원, 5회 째 적발되면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하고 있다.
이마저도 시행 첫달인 12월에는 계도기간으로 정해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1월7일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1월과 2월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같은 사업장이 5차례나 단속에 적발되어야만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지경부 관계자는 "꼭 과태료를 걷자고 규제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전 국민이 전력사용을 줄이자는 일종의 캠페인 차원의 규제정책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분위기가 조성되면 전력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파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올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12월 중 올 겨울 전력피크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지만, 실질적인 에너지사용 제한조치는 1월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에너지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발적인 절약을 우선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 규제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대 정전을 막고 절약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규제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원전중단 등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된 것 자체가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절약하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과하게 부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과 함께 공급을 정상화하는 대책도 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