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사퇴 후 첫 언급..朴-文 '동상이몽'

입력 : 2012-11-28 오후 5:03:40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입장이 아니라 지지해주신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
 
안철수가 돌아왔다. 대선후보라는 직함을 떼고서다. 사퇴 직후 남긴 그의 첫 언급은 대선 정국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비록 선거전에선 퇴장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그대로다. 안철수 현상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28일 안 전 후보의 발언내용이 전해지자 박근혜·문재인 양 진영은 말 속에 담긴 함의를 쫓느라 분주해졌다. 같은 말을 두고 제 각각의 해석이 흘러나왔다. 초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원 여부로 맞춰졌다. 대선판을 뒤흔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데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었다.
 
일단 박 후보 측은 "제3지대를 열겠다는 말로, 결국 (문재인 후보와는) 결별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향후 전개될 일에 대해 개인에서 지지그룹으로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양당이 좌우한 기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민주당에 강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며 감정적 앙금이 쉬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결국 문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절대적이었다. 근거로 안 전 후보 사퇴 직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층의 절반이 넘는 과반수가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을 들었다. 개인적 입장에서는 단일화 과정에 대한 서운함이 일부 있을 수 있으나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지지자 뜻을 따라 문 후보를 지원할 것이란 얘기였다. 이는 안 후보 사퇴 회견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다만 지원 수위 여부를 놓고서는 여전히 기대감과 우려가 상존했다.
 
한편 양 진영 모두 공식 입장으로 전해지는 것에 대해선 부담을 느끼며 일체 말을 아꼈다. "한 마디 한 마디 대응하는 것이 안철수를 판에서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해석을 달 필요가 없다"(박근혜 측)와 "지금 지원 요청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 문 후보가 직접 정중함과 예의를 갖춰 만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부담을 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문재인 측)는 게 그나마 나온 양측의 정확한 입장이었다.
 
앞서 안 전 후보는 후보직 사퇴 닷새 만인 이날 박선숙·김성식·송호창 공동본부장과 유민영·정연순 공동대변인 등 캠프 주요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약간의 속내를 털어놨다.
 
유민영 대변인에 따르면 안 전 후보는 "지지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평생 빚진 마음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빚을 꼭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신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해, 의미를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안 후보는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으며, 행선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안철수는 퇴장했지만 그는 여전히 대선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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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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