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제1회 방송연설문

입력 : 2012-12-02 오후 9:40:0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 시대의 문을 열어주십시오!"
 
 
1. 역사를 바꿀 때가 도래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시는 재외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입니다.
 
오늘부터 제18대 대통령 선거, 방송연설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열한 번 실시되는 방송연설을 통해 제 생각과 포부를 소상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어느덧 2012년 마지막 달인 12월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푸르던 나무들도 이제 마지막 낙엽을 떨구고 있습니다. 자연의 시계바늘은 이처럼 어김없습니다. 낙엽이 질 때가 되면 지는 게 순리입니다.
 
자연에만 이러한 순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에도 필연적인 순리가 있습니다. 때가 되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변곡점들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 순리를 느낍니다. 또 하나의 역사적 변화의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이번 18대 대통령선거가 바로 그 변곡점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은 썩은 것을 도려낼 때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입니다. 힘든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입니다. 쓰러진 이웃을 일으켜 세우고 공정한 경쟁의 규칙을 바로 세울 때입니다. 역사의 시계가 지금, 중요한 변화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2. 역사를 파괴한 이명박ㆍ새누리당 정부 5년
 
 
어린 시절부터 저는 국사나 세계사 같은 역사 공부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책을 많이 읽었고 커서 역사 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이 자리에 선 지금도 저는 여전히 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대통령은 그냥 5년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5년을 넘어서 계속 이어질 대한민국의 역사를 책임질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는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일구어낸 것입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독재정권에 맞서,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목숨까지 바치며 싹틔워낸 것이 우리 민주주의 역사입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을 낮처럼 일하며 이룩해낸 것이 한강의 기적, 우리 산업화 역사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새누리당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쌓아온 역사를 단 5년 사이에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너뜨려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켰습니다. 국민들의 땀으로 건설해온 경제를 1퍼센트와 99퍼센트, 양극화의 깊은 골로 갈라버렸습니다. 아름다운 국토와 유유히 흐르는 4대강을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처참히 파괴했습니다. 민주주의, 복지, 평화 같은 소중한 가치가 일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이런 참담한 결과는 이명박-새누리당 정부가 모든 정책의 가치를 역사가 아니라 돈으로 환산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경제조차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기업가 출신이 내세운 '경제대통령' 구호는 총체적 실패였고, 국민들의 고통만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3. 꿈꿀 수 없는 사회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희망은 무너졌습니다. 강자는 살기 참 좋은 세상, 약자는 살기 너무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부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서민은 갈수록 더 가난해지고, 젊어서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평생 비정규직을 못 벗어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국민여러분.
 
 
제 부모님도 흥남에서 내려온 가난한 피난민이었습니다. 거제의 피난민촌에서, 부산 영도의 산복도로에서 하루하루 힘든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셨습니다. 그러나 한 끼 밥값을 아껴서라도 제 책을 사주셨고, 아들이 당신들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연탄 배달하는 어머니의 리어카 뒤를 밀던 저 역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제 부모님들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식의 미래에 꿈을 겁니다. 사는 게 어려워도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으면 우리는 능히 그 고통을 참아낼 수 있습니다. 과거엔 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온 지난 세월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점점 그렇지 못한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꿈조차 꿀 수 없는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난 5년, 절망이 더 깊어졌습니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가난한 사람은 좌절만 커지는 5년이었습니다.
 
 
4. 정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의 길에 나서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저는 '정치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여러 번 반문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치란,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쫓는 일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며 역사를 바라보는 일이어야 한다' 어떤 역사를 지향했느냐가 정치의 가치를 결정지을 것입니다.
 
정치는 '국민을 다스리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더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국민의 고통과 슬픔이 보일 것이고, 고통과 슬픔을 풀어줄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이명박-새누리당 정부 5년 동안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서로 어깨를 빌려주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마음을 되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 우리가 꿈꾸는 세상
 
 
저는 지난 가을, 인터넷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제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장대처럼 폭우가 쏟아지는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의 뒤에서 한 경찰관이 우산을 받쳐주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삽시간에 화제가 된 사진입니다.
 
그 사진이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사진에는 시민의 권리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습니다. 또한 공권력의 책임을 보여주는 멋진 경찰관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경찰관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전승필 경위, 고맙습니다.
 
그의 우산에서 저는 우리가 가야 할 사회의 모습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존재가 소중한, 사람이 먼저인 세상. 제게 정치는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은 길조차 새로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관행이란 이름의 낡은 길로 가지 않겠습니다. 우리 정치를 혁신하겠습니다. 대통령의 특권을 내려놓겠습니다. 국회의원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법안도 이미 민주통합당 당론법안으로 제출했습니다.
 
국민들의 어려움에 동참하기 위해 국회의원 세비도 30퍼센트 깎기로 결의했습니다.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미 광주동구청장 선거 공천권, 광주시민들께 돌려드렸습니다. 경남도지사 선거, 경남도민들 여론을 받들어 민주통합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 권영길 전 의원을 경남도지사 범야권단일후보로 받아들였습니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도 정당 공천을 배제해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해소하겠습니다.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겠습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지지하지 않는데도 삼사십 퍼센트의 득표만으로 대통령이 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결선에 나갈 후보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검찰 개혁, 재벌 개혁,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서민들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고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6. 국민통합연대
 
 
새 시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은 저만의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 저는 이미 함께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선언을 실천할 무거운 책임, 안철수 후보께서 저에게 지워주셨습니다.
 
경제복지와 통일안보에 대해서도 양측 실무자 간에 사실상 합의를 이뤘습니다. 합의된 사항은 모두 제 공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들도 역시 제가 꼭 실천하겠습니다.
 
저는 안철수 후보의 결단으로 야권단일후보가 되었습니다. 새정치와 정권 교체를 위해 후보의 자리를 내려놓으신 깊은 뜻,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야권단일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의 결단을 해주셨습니다.
 
두 분 후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모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역사 앞에 서보면 우리의 차이는 아주 작고 우리의 같음은 너무나 큽니다. 또 우리의 목표는 너무나 간절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함께하면 이룰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변곡점의 시기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와있습니다.
 
7. '이명박근혜'
 
 
역사는 누구 한 사람에 의해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쌓이고 거름이 되어 만들어낸 변화를 역사라 부릅니다.
 
저는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변호사 시절 약자와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변론으로, 매 시기 시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삶을 살려고 애썼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지 않거나 도리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의 역사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입니다.
 
지난 5년 이명박-새누리당 정부는 무능했습니다. 민주주의는 퇴보했고 경제는 참담해졌습니다. 평화는 위협받았고 안보는 구멍 뚫렸습니다. 넘쳐나는 비리와 부패로 우리 사회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최악의 지난 5년, 공동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그리고 새누리당에 있습니다. 회사가 부도나면 회장과 사장의 공동책임입니다.
 
 
호박에 줄그었다고 수박이 될 수 없듯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 바꾸었다고 실정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ㆍ새누리당 정권이 날치기한 법안이 115개입니다. 4년 내내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렇게 날치기한 법안과 예산이 있었기에 민심을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할 수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 박근혜 후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부자감세를 하고,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서 골목상권을 무너뜨리는 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역사의 거울 앞에 서면 거짓은 언제나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꾼 채 이어져온 이 독점 권력의 흐름을 끊어주십시오.
 
권력과 언론과 검찰의 카르텔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온 이들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십시오.
 
 
8. 사람이 먼저인 세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명박 정부와 전혀 다른 세상을 꿈꿉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만들어나갈 대한민국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반드시 모두에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안녕히 주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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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