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내년에도 불경기는 지속될 것 같다. 다만, 탄소섬유 등 새로운 먹거리로 불황을 이겨내겠다."
심재혁(사진) 태광그룹 부회장이 3일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에서 열린 '세종정신 담은 공공언어 연구총서' 협약식을 마치고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년 경영전략에 대해 "내년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탄소섬유 등 첨단산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첨단 기술기반 사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탄소섬유와 탄소섬유 핵심공정 중 하나인 프리커서 생산에 필요한 아크릴 섬유 등으로 내년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섬유는 강철 강도의 10배 이상이지만 중량이 강철의 20%, 알루미늄의 70% 정도로 가벼워 우주항공, 스포츠·레저, 자동차, 조선, 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고강도·고탄성의 경량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탄소섬유 2400톤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지난 2009년 PAN계 탄소섬유 생산 기술을 독자 개발해 2011년 상업설비를 구축했다. 또 올해 3월 울산에 프리커서 연산 3천톤, PAN계 탄소섬유 연산 1500톤 규모의 설비를 갖추면서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태광산업은 탄소섬유 전(前) 단계인 프리커서를 만드는 공정과 최종 완성제품인 탄소섬유 원사가 나오는 소성 공정까지, 탄소섬유 생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아울러 태광산업은 상업생산과 함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품종 다변화를 추진하고 고성능 탄소섬유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일본 등 탄소섬유 선진국과 비교해 가격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매년 11% 이상 성장하는 국내 탄소섬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의 국내 탄소섬유 시장 공략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우리나라 탄소섬유 시장 대부분이 일본 탄소섬유 업체인 도레이에 의존하고 있어, 도레이의 한국 법인 도레이첨단소재가 1호기(연산 2200톤)에 이어 2500톤 규모의 탄소섬유 2라인을 오는 2014년까지 건설, 연산 47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도레이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이 태광보다 우위에 있어 태광이 관련 시장을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여기에 효성도 2500억원을 투자해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레이가 한국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인 태광과 효성이 들어갈 틈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태광의 탄소섬유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지만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며 "탄소섬유에 지속적인 R&D 투자를 하고 다양한 화학섬유 제품군을 만들어내 화학섬유업계 침체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