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 본격화.."차분해 보이지만 일이 손에 안잡혀요"

정부청사, 겉은 '차분' 속으론 '여전히 고민'
이주 대상 40% "혼자 이사"..13% "수도권서 출퇴근"

입력 : 2012-12-03 오후 3:24:3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이지만 막상 옮긴다고 하니까 믿기지가 않네요. 다들 차분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심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한 주무관의 말이다. 정들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는 것도 섭섭하지만 가족과 멀어지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더 착잡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를 시작으로 30여 년 적을 뒀던 과천청사를 떠나 경제정책의 중심이 세종시로 옮겨간다.
  
◇총리실 시작으로 세종시 이전 본격화
 
3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무총리실 일부를 시작으로 지난달 말 국토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각 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이 본격화했다.
 
세종시로의 이전은 업무 차질을 줄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이삿짐 트럭 약 2000대, 6개 부처 총 5500여 명이 움직이는 대이동은 한 달간 지속된다.
 
국토부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오는 7~9일(2차), 14~16일(3차)등 3차례에 나눠 세종청사로 이사를 마무리한다. 
 
농식품부는 국토부와 같은 날 1, 2차로 나눠 이주하며, 선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7~18일, 14~16일, 17~18일 3차례에 걸쳐 옮긴다.
 
환경부는 21~24일과 26~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4~16일, 17~18일에 이전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와 고용노동부는 내년 말까지 정부과천청사를 떠난다.
  
◇아파트·자녀 교육 등 고민에 빠진 공무원
 
이처럼 이동이 본격화했지만 공무원들은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이전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월 20만원에 그친 가운데 아파트 공급 부족, 이전 시기와 입주 시기의 불일치, 자녀 학교 문제 등이 얽히고 섥혀 풀기 복잡한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14년까지 세종시에 아파트 2만4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6500여 가구 뿐이다. 현재 나온 매물은 경쟁률이 치열할 뿐 아니라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중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더라도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출퇴근 강행군'을 결정한 공무원도 적지 않은 이유다.
 
고위 공무원들은 정권 교체기에 따른 인사 불확실성 때문에 거주가 아닌 통근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선진통일당 성완종 국회의원의 '국무총리실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총리실 및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세종시 이주 예정자 9297명 중 3811명(41%)이 '혼자 이사 가겠다'고 답했다. 1200여명(13%)은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겠다고 응답했다. 
     
◇출퇴근용 통근버스 27대 투입..출퇴근만 4시간 소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당초 '통근버스는 없다'던 정부가 방침을 뒤집어 주중에 서울·경기 일대에 27대의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투입키로 했다. 
 
통근을 결정한 농식품부 한 사무관은 "버스를 하루에 4시간 넘게 타다보면 허리가 나갈 것 같은 고통이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 통근버스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혼을 원하는 미혼 공무원들의 걱정은 더 크다. 재정부 한 사무관은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도 만나는 사람이 없었는데 세종시에 내려가면 그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집에서 결혼하라고 성화인데 주말마다 서울로 선을 보러올 것 같다"고 푸념했다.
  
세종시 이전으로 인해 '두 집 살림'을 하는 부처들도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과 세제실은 국회 예산안 심의 지연을 이유로 서울 반포에 있는 공정위 청사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키로 했다.
 
공정위도 기업들의 업무 편의성과 혼선을 줄이는 차원에서 연말까지 서울 반포 청사에서 심판정을 운영키로 했다. 
 
정부부처 한 과장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새로운 정책 구상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추진 중인 업무를 마무리하는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며 "이왕 옮기게 됐으니 세종시에 가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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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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