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주요 그룹사들이 2013년 정기 인사에서 홍보부서 임원들을 잇달아 승진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LG그룹을 시작으로 KT, GS그룹, 현대중공업, 삼성그룹 등에서 각사를 대표하는 '홍보맨'들이 승진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안팎으로 여러 '위기'와 '변화'를 맞아 홍보라인의 역할이 중요해진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경기침체로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열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 등으로 홍보라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삼성·LG 등 홍보담당 임원들 잇단 승진
삼성그룹은 5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과 임대기 부상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신임
제일기획(030000) 사장은 지난 2009년 삼성미래전략실 홍보담당으로 부임한 후 체계적인 기업광고·브랜드 전략을 통해 그룹의 광고역량을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과거 '또 하나의 가족'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삼성전자의 이미지 쇄신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으며,
삼성전자(005930) 애니콜의 성공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은 방송기자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삼성전자 홍보팀장으로 영입된 이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07년에는 기흥 반도체 공장 정전사고로 논란이 커지자, 오히려 기자단을 직접 이끌고 생산라인을 공개하는 전략으로 부정적 여론을 조기에 진화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2009년부터는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하며 대외적인 홍보업무 뿐만이 아니라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한 부분을 이번에 인정받았다.
LG그룹 인사에서는 그룹의 유원 상무, 전자의 전명우 상무, 화학의 조갑호 상무 등 홍보 임원 3명이 모두 전무로 올라섰다. 한해 정기 인사에서 홍보라인의 상무 3명이 한꺼번에 승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이들 세 명은 지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LG를 지키고 있는 토종 'LG맨'들이다.
◇경제민주화 바람·미디어환경 변화 등 반영된듯
올 들어 홍보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배경에 대해서는 일단 대내외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최근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기존의 언론사가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중심으로 확산된다는 점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내년부터는 정부차원에서도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 그룹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세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뉴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는 인식도 크다.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대기업들은 기존의 신문, 방송 등 소수 언론사들을 통해서만 사회와 소통하던 고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반인과 소통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고 또 선진기업일수록 홍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라며 "다만 이번 인사에는 예전과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홍보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