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급작스런 신분 하락을 겪게 됐다. 4일 대선 첫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로부터 ‘여왕’이라고 고초 받더니 이틀 뒤인 6일엔 같은 당 김성주 선대위원장으로부터 ‘소녀가장’에 처하는, 뜻하지 않은 신분 이동을 하게 됐다.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후보가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받았던 6억원의 사회 환원 방식을 묻는 청취자 질문에 “아버지, 어머니를 비명에 잃으시고 동생들을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은 거(상황)”라며 “그때 소녀가장이었다”고 변론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렇게 받은 하나의 아파트였다”며 “사실 그런 거를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남에게 돌을 던질 만큼 깨끗하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한 김 위원장의 변호는 이어졌다. 그는 “밖에서 너무 황녀니, 공주니, 불통에 온갖,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박 후보는 검소하고 겸손하다. 정말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분이고, 그렇게 안 했으면 제가 도울 리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내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받은 6억원’을 TV토론에서 제기한 이정희 통합진보당을 향해 칼을 겨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나와서 (하는) 망발에 모든 국민들이 경악하는 것을 옆에서 봤다”며 “정말 경악스런 행위였다. 그런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하는 저질토론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 “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정치, 더러운, 치욕적인, 저질적인 것으로 국민을 어디까지 몰고 갈지 정말 분노하고 있다”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망발과 저질과 비난과 인신공격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토론에) 끼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장은 컸다. 시민사회가 "전국의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모욕"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고, 야권도 이에 가세했다. 누리꾼들의 비난도 봇물을 이뤘다. '영계', '진생쿠기'에 이어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설화로 비난 대상이 됐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6억원을 받을 당시 박 후보의 나이가 28살이었다”며 “처녀가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소녀가장은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진 대변인은 “당시 이 나라의 소녀와 처녀들은 풀빵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박봉을 쪼개 시골에 있는 부모와 동생들에게 생활비를 부쳤다”며 “특권 귀족들은 (당시 기준으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이 푼돈일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은 돈 받을 땐 '소녀가장', 국정경험을 내세울 땐 '퍼스트레이디 대행'이냐"며 "박쥐같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MF 때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서민들과 전국의 소년소녀 가장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여왕에서 소녀가장으로, 이만한 신분 하락도 없다”면서 “선거가 하도 다급하다 보니 신분 세탁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