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지난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 시행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계좌수 대비 적립금 규모가 못 미치고, 계좌 잔액이 0원인 '가상계좌'가 넘쳐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한국연금학회가 '준비된 고령사회를 위한 공 사연금제도 개혁과 은퇴전략'이란 주제로 개최한 2012년 추계 학술대회 및 정책토론회에서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근퇴법 개정 이후 퇴직연금 이슈 고찰 및 향후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7월말 대비 IRP 계좌수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적립금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근퇴법 개정 이후 IRP 변화를 살펴본 결과 가입자 수는 지난 9월말 5만2453명에서 9월말 60만9344명으로 55만6891명이 증가했다. 반면 적립금은 7월말 4조3991억원에서 9월말 4조7006억원으로 3015억원 증가에 그쳤다.
류 수석 연구원은 " IRP의 중도해지를 가능케 하고 가상계좌를 허용한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개정 근퇴법 시행으로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 시 IRP를 통해서만 퇴직금 지급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IRP의 중도해지를 가능토록 함에 따라 중도해지 사례가 많이 발생했고, IRP 유치를 위한 사업자간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계좌잔고가 0원인 '가상계좌' 설정이 빈번히 발생한 것.
류 수석연구원은 "IRP 중도해지 허용은 퇴직자산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취지에 어긋난다"며 "IRP 가상계좌 허용으로 연금사업자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기업에 가상계좌 개설을 가용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연금이라는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IRP의 중도해지를 금지시키고, 적립금 없는 IRP 가상계좌 설정을 금지시키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하형소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과 과장은 "IRP는 도입 자체가 시기상조였다"고 말했다.
하 과장은 "퇴직연금을 받아 자발적으로 IRP를 개설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했는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제도시행 이전과 이후를 살펴봤을 때 제도 정착의 단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