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검증)⑦일자리·성장..朴'늘·지·오' vs 文 '만·나·바'

(특별기획)朴 '일자리의 양적 팽창' vs 文 '일자리의 질 개선'
전문가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구체성·실현 가능성 낮다"

입력 : 2012-12-10 오후 4:35:41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해 대선 경제 분야 최대 이슈는 두말 할 것 없이 '일자리 창출'이다. 경기침체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일자리는 바로 국민들의 '삶의 질과 가계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약속이 표심을 잡는 최고의 공약이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성 확보에 큰 역점을 두고 있다. 다만, 두 후보는 큰 틀에서 밑그림은 비슷하지만, 정책방향이나 고용을 창출하는 방법론에서는 접근방식의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두는 반면, 문 후보는 질적 향상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즉, 박 후보가 일자리의 '양'적 팽창이 핵심이라면, 문 후보는 일자리의 '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년 연장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에서는 두 후보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두 후보의 일자리 공약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두 후보 모두 일자리, 복지 등 각론은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의 경세성장을 위한 '그랜드플랜'은 없는 실정이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우려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朴 "창조경제 통해 '늘·지·오'"..구체성 부족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책·공약 알리미'에 따르면 우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늘·지·오'로 요약된다. 새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올(오)'리겠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제조업보다는 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스마트 뉴딜정책'과 '창조경제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스마트 뉴딜정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진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과 제조업에 활용해 성장 기반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18일 기자회견에서 "창조경제론으로 새로운 성장기반을 만들겠다"면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 70% 달성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15~64세 고용률이 지난해 기준 63.9%였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겠다는 것이다.
 
또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K-Move와 융합형 무역 인재 양성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함께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박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고용 형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 공시하도록 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관행을 개선키로 했다. 또 비정규직 차별이 지속될 경우 징벌적 금전보상제를 적용하고 사내 하도급도 개선키로 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일자리 공약 대부분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성장동력 산업과 일자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산업과 IT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일자리나, 제시된 스마트워크, 대학 창업기지 건설, 청년 해외취업 확대 등은 이미 실시하거나 기존에 유사한 내용들로 실천방안이 다소 포괄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진 체계나 사회적 기구에 대한 특별한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아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자리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가 들어있지 않아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文 "공정경제 통해 '만·나·바'"..성장 정책 빠져 미흡
 
'일자리 혁명'을 내세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만·나·바'로 축약된다.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는 뜻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겠다는 이른바 '공정경제론'을 내걸었다.
 
특히 문 후보가 내세운 일자리 확대 방안 중 공공부문과 지역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공약집에서 교육, 보육, 사회복지, 보건의료 분야 등 임기 내 공공 부문 일자리를 40만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OECD 평균(15%)의 3분의1에 불과한 공공 부문 일자리 비중(5.7%)을 절반인 8%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일하기 좋은 중견기업 4000개 육성 ▲IT·융합기술·문화·예술 등 창조상업 일자리 50만개 창출 ▲청년벤처 1만개 육성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지역 소재 공공기관에 지역 졸업생 의무채용을 강화하는 등 지역 일자리 확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노동시간 단축(연평균 2만1903시간→임기 내 2000시간으로 단축)을 통한 일자리 70만개 확보, 직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 3%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적용, 정년 60세 보장 등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해서는 오는 2017년까지 전 사업에서의 비정규직 비중을 30% 이하로 축소하고, 공공무분 비정규직 일자리 중 상시적인 일자리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목표 '수치'가 제시됐고, 비교적 구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문 후보의 정책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성장' 정책이 빠져 있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를 받는다.
 
아울러 일자리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각 부문별로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식의 '나열형'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저성장 국면 속 실현 가능성 '미지수'.."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없어"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는 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국내 고용률이 63.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50만개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져야 한다는 셈인데,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산업동력이 꺼져가고 있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않는 한 일자리는 늘어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대통령 선거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주요 대선 후보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성장이 고용과 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과거처럼 크지 않고, 목표치를 제시하면 무리한 경기부양에 대한 유혹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우려되고 한국 경제 또한 저성장의 늪에 빠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전략을 구상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성장 없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며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이런 공약도 실현하기 어려운데 두 후보 모두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두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둘 다 '합격점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박 후보는 아직 방향만 있고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서도 "IT에서 신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향은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이지만 양보다는 질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고 총평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청년 일자리를 대기업에도 의무할당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기간적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저학력자의 취업은 더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 연구위원은 "박 후보의 공약은 학력이 낮지만 능력은 있는 사람을 고용한다는 열린고용이 공약의 핵심으로 공정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눈여겨볼만하다"면서도 "과연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가져다 줄 것인지가 숙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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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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