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번엔 충격이 있다.”
박주선 의원(무소속·광주동구)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 소식을 접한 민주당 호남지역 한 중진이 내뱉은 한숨이다. 박 의원이 비록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당의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 신분이지만 대선 이후엔 당연히 함께 하지 않겠느냐는 게 중진 의원의 생각이었다.
낙천 배경 또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박 의원 지역구에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어쩔 수 없이 무공천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호남권 의원들의 항변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데다 당의 지도부(최고위원)까지 지낸 3선 의원이 선택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의아함도 이어졌다.
이 지역 출신의 한 의원은 “아무리 팽을 당했다 할지라도 호남의 정통성을 대표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박주선 아니냐”며 “감정에 매몰되면서 냉정과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호남권 의원 역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스스로 건넌 것 같다”며 “솔직히 충격”이라고 말했다.
호남권 의원들은 사전에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지만 사실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 몇몇은 직접 박 의원과 접촉해 만류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재입당이 지도부에 의해 거부되면서 감정적 골이 깊어지더니 체포동의안마저 통과되면서 당에 대한 실망과 배신을 느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선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이어졌다. 선거를 빌미로 민주당내 틈을 교묘하게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갑 전 대표를 비롯해 한광옥·김경재 등 박 후보로 돌아선 이들 모두는 현재 당의 주류인 친노에 대한 극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다 박 의원마저 끌어들이자 “호남을 제대로 갈라치기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때 리틀 DJ로 불렸던 한화갑 전 대표는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함께 옥고를 치른 동지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서면서 “아무 값어치 없는 한화갑이를 (박 후보가) 비싸게 사갔으니 간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 권력에 대한 노욕(老慾)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편 박 의원은 현재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예정했던 박 후보 지지선언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10일 한 언론과의 접촉에서 “박 후보 지지를 반대하는 제 지지자 등 30여명이 저를 전남 산속으로 끌고 와 기자회견을 못하게 한다”며 “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박 후보 지지를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박근혜 후보가 두 번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 한 차례 만났다”며 “무소속인 나로서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국가와 호남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의견을 묻고 있던 중이었다”고 털어놨다.
박 의원 영입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관계자는 같은 날 “당초 오늘 오전 새누리당 입당과 함께 박근혜 지지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며 “현재 (박 의원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