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대치동 학군 프리미엄 잡은 '메가스터디'

경제 불황에 대치동 향하는 맹모 줄면서 `시들`

입력 : 2012-12-12 오후 2:41:5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부동산시장에서 겨울은 비수기라는 말은 대치동하고 상관이 없었다. 대치동은 대입이 학군 이동을 준비하는 수요로 인해 일감이 줄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침체기라 매매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임대수요도 예년만 하지 못하다. 벌써 2년째다”
 
대한민국 학군1번지를 자랑하는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가 말하는 겨울방학 학군 대이동을 앞둔 시장 상황이다.
 
40여년간 대치동 아파트값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던 학군 프리미엄이 학원가의 구조적 변화 바람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형학원과 EBS에서 제공하는 저렴하지만 양질의 인터넷 강의는 굳이 높은 집값과 임대료를 지불하고 대치동에 있어야할 이유를 희미하게 하고 있다.
 
12일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2985만원으로 조사돼 2003년 3월 이후 6년9개월만에 3000만원대가 무너졌다. 2006년 3954만원으로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재건축 밀집지 ‘개포’와 신흥 주거명품 ‘서초’, 전통적 강남의 부촌 ‘압구정’ 다음으로 밀려났다.
 
연례행사와도 같았던 대치동 겨울방학 학군대이동은 지난해부터 자치를 감추며 전세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통상 겨울방학 학군 이동을 위해 11월부터 전세시장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예년과 다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11월 대치동 전셋값은 1.42% 상승했다. 0.39% 오른 서울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2010년 역시 1.26% 오르며 서울 평균 전셋값 상승률 0.47%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치동 전셋값은 0.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0.18% 내리는데 그쳤다. 올해 11월은 0.46%로 서울 평균인 0.44%와 비슷하다.
 
대치동 김성일 토마토공인 대표는 “학군 이동 수요도 없고 학생도 없고 문닫는 학원도 많아지고 예전의 대치동 학원가가 아니다”며 “물건이 너무 부족해 적은 수요에도 전셋값은 오르고 있지만 학군대이동은 이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부동산1번지이자 학군1번지였던 대치동의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이유는 서민 경제 위기와 기업형 학원 중심으로의 학원계 재편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메가스터디(072870), 이투스, 비타에듀 등 기업형학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을 보유, 유명 강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양질의 교제와 입시지도서비스, 인터넷강의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수능 연계도가 높아지는 EBS와 함께 대치동을 찾았던 맹모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대치동 ' R'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업형학원에 밀리는 영세학원은 원생부족과 비싼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특히 10시 이후 교습 금지 때문에 문을 닫거나 음지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며 “기업형학원이 나쁜게 아니라 좋은 강사와 각종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니 학생들은 그런 기업형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비스 외에도 기업형학원은 곳곳에 오프라인 학원을 통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메가스터디는 대치동 포함 상계, 노량진, 성북 등 13곳의 직영·협력학원을 운영하는 등 무리한 주거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양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
 
상당수의 맹모들이 경기 불황에 대치동이 아닌 기업형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며, 기업형기업형학원 매출은 2008년 1조5184억원에서 지난해 3조219억원으로 99% 수직 상승했다.
 
최고 학군을 전면에 내세운 대치동 집값은 실수요자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점도 학군대이동을 멈춰 세웠다.
 
대치삼성 전용 84㎡의 매매가는 8억2000만원 선이다. 매매값 뿐 아니라 전셋값도 만만치 않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5억원이 넘는다. 이정도 전셋값이면 서울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를 하나 얻고도 돈이 남을 정도다.
 
비슷한 평형의 주택이 은마아파트에서 3억원 미만 가격으로 구할 수 있지만 은마는 지은지 34년된 재건축 예정 아파트다. 이번 한파에 16시간 전기가 끊겼고 장마 때마다 침수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곳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경제불황에 소비를 줄이는 등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주택지인 대치동 진입을 무리하게 시도할 가구는 점차 줄 수밖에 없다”며 “대치동은 수십년간 8학군의 중심지으로 프리미엄이 형성됐으나 불황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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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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