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IMF 외환위기 전보다 기업경영 환경이 열악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상시적인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설립후 30년 이상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외환위기 15년, 기업경영환경의 변화와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57.1%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기업하기 나빠졌다'고 답했다고 13일 밝혔다.

 

반면 '비슷하다'는 기업은 31.7%, '좋아졌다'는 11.2%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한 최근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91.4%의 기업이 '경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기회 확대와 자금사정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도 각각 71.9%, 77.6%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시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59.4%가 '세계 경기침체, 원자재가 상승 등 해외충격'을 꼽았다. 이어 '내수부진의 장기화'(30.4%), '정부 및 정치권의 정책일관성 부족'(9.9%)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대내외 위기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상시적인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며 위기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65.7%는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상시 비상경영체제로 버텨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기업(82.8%)이 중소기업(58.1%)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체(72.4%)가 서비스업체(36.4%)보다 비상경영을 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기업들은 향후 15년 글로벌 경제전쟁의 생존전략으로 '상위기업 추종자' 대신 '시장선도자'를 꼽았다.

 

응답기업의 59.1%는 '경쟁사보다 먼저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주도하는 시장선도자(퍼스트 무버) 전략'을 선호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장창조자(마켓 크리에이터)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업도 29.7%에 달했다. '세계1위 제품을 벤치마킹해 개선제품을 내놓는 상위기업 추종자(패스트 팔로워) 전략'(11.2%)을 압도한 것이다.

 

기업들은 향후 15년, 기업경영 키워드로 '사회적 책임', '인재경영', '세계일류' 등을 제시했다. 94.4%의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지속성장하기 힘들다'고 답했고, 93.4%는 '인재 중시경영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류가 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기업은 78.5%로 나타났다.

 

한편 새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경제정책방향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등 취약부문 집중 육성'이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수출 및 제조업분야 경쟁력 강화'(26.4%), '신성장동력 육성'(16.5%), '미래에 예상되는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15.8%) 등을 꼽았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최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 그리고 경기회복과 경제민주화를 조화롭게 추진함으로써 과거 70~80년대의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 정치권, 기업의 하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