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올해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해였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부터 납품단가 후려치기, 불공정거래 문제 등 수많은 이슈가 대기업을 수세에 몰아넣었다. 또한 경제민주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유독 '네거티브 공세'가 사나웠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열풍이 1년 내내 지속됐던 올해 삼성전자는 오히려 사회공헌 활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실천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유수 기업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자선활동' 수준에 머물러 있는 대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CSR 3.0'이란 개념을 내세우며 '스마트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SR 3.0은 기업의 자선활동이라는 좁은 의미의 CSR을 벗어나 사회공헌을 일종의 경영 전략으로 여기는 '혁신적 사회공헌'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솔루션과 시스템을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동반성장을 이끌어 내는 전략으로, '미션 매저먼트’(MISSION MEASUREMENT LLC)의 설립자인 제이슨 사울이 주창한 이론이다.
CSR 3.0을 통해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히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물질적 기부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보유한 전문성과 사업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확장시켰다. CSR 3.0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체로서 삼성이 보유한 '인재'와 '기술'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공헌활동도 '스마트'하게
올 들어 삼성전자는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사회공헌활동과 연계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디자이너, 하드웨어 전문가 5명이 모여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을 개발·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애인용 마우스의 가격은 1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전문기술자들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5만원도 안되는 원가에 장애인용 마우스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장애인개발원에 이전해 원활히 장애인들에게 보급되도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개발한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
또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이 함께 진행 중인 인공와우 수술 지원도 대표적인 CSR 3.0 활동이다. 청각 신경을 자극하는 장치를 귀에 있는 달팽이관에 이식해 청각장애 어린이들에게 세상의 소리를 선물하는 이 프로젝트로 삼성은 지난 2007년에 이후 매년 30명의 어린이에게 소리를 되찾아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단순히 인공와우 수술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수술 이후 언어재활 치료를 4년 간 지원하고 언어재활 치료를 받는 4년 동안 장애어린이와 가족대상 사회적응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한다.
치매 예방센터 운영도 눈길을 끄는 활동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뇌 질환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용인시와 함께 용인치매예방관리센터를 설립하고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인간의 뇌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業)의 개념을 살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매예방관리센터는 지자체와 함께 치매 예방과 평가·관리를 담당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보 제공과 교육, 치매위험 평가, 발병, 진행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지역 사회 치매 자원 통합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 1997년 개설된 시각장애인 컴퓨터교실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 '애니컴 사이트'를 개설해 기존의 집합 교육을 온라인 교육 중심으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76개 교과목을 운영, 6528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기업의 미래'..청소년·저소득층 학생 지원 강화
과거 노키아는 세계 각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빈민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사실상 CSR과 기업활동을 동일선상에서 진행한 셈이다. 기업의 성공적인 선진화 뿐만이 아니라, 해당지역에서의 인재양성이 곧 기업의 미래자산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도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교육 관련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역 청소년과 저소득층 자녀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은 '꿈 멘토링'이다. 임직원들이 청소년들과 적성과 꿈을 함께 공유하고 다양한 길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임직원으로 구성된 멘토 1명과 6~7명 내외의 학생들이 소규모 그룹이 이뤄 다양한 직업세계를 소개하고 적성 탐색의 기회를 찾는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꿈멘토링' 상담 모습.
삼성전자 내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된 조언자(멘토)들은 본인의 진로 경험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해 질의 응답할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지난 5월1일 시작된 '꿈멘토링'은 1만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취약한 지역에서의 공부방 운영도 두드러지는 성과다. 삼성전자는 온양, 구미 등에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희망공부방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온양자원봉사센터에서 처음 시작한 청소년 희망공부방은 농촌지역 복지관과 결연을 맺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육을 지원하는 봉사프로그램이다.
삼성관계자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 방과 후 지도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생각한 임직원 봉사자들이 모여 주중 근무가 끝난 후 중학생 대상의 야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시작하게 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지역에서의 희망공부방 운영 이후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모두 장학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성과가 있었으며, 이 사례가 전파돼 지난해 구미자원봉사센터는 현재 지역 교육청과 연계해 희망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공부방은 교육 뿐만이 아니라 저녁 급식을 제공하는 등 청소년들의 건강 복지와 다양한 문화활동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