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금까지 선거활동을 하면서 두 차례 여의도 증권가에 얼굴을 비췄다.
10월19일 금융투자협회에 간 것이 처음이고, 지난달 29일에는 한국거래소에 들렀다. 그런데 박 후보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어렵게 만난 이들은 의외의 사람들이었다.
금투협에서는 증권업계에서 차출된 30대 직원 10명과 지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날 금투협 식당에 모인 이들은 박 후보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참석한 상태여서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부자연스럽게 시작된 식사자리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뒤 박 후보는 잠시동안 참석자들 얘기만 듣고는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당시 박종수 금투협 회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다.
박 후보는 공식 선거활동 사흘째인 지난달 29일 또 다시 여의도를 찾았다. 하지만 그가 국내 자본시장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에 들러 만난 사람은 직장 어린이집 아이들이었다.
그 자리에서 내놓은 공약은 직장내 어린이집 확대와 보육지원 정책이다. 당시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이 박 후보를 맞았지만 잠깐 인사만 나눈 게 전부였을 뿐 거래소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유력 대선후보가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기관을 방문했는데도 업계의 현안이나 고충을 청취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서울 새누리당 당사에서 가진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공동 인터뷰에서 "거래소가 선진거래소와의 전략적인 제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세계적인 거래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공공기관 해제가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대표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는데도, 이를 무산시켰던 박 후보가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왠지 뜬금없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진지한 고민없이 대선용으로 내놓은 선심성 발언이 아니길 바란다.
지금 증권업계는 심각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한국거래소는 이명박 정부 들어 4년째 공공기관으로 묶여 자본시장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업계와 관련기관 할 것 없이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정치권이 자본시장의 심장 역할을 하는 증권산업의 중요성을 등한시 할수록 '동북아 금융중심지 육성'이라는 구상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