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지난 3분기 개인과 기업의 자금이 줄어든 반면 일반 정부는 자금 잉여 규모가 전분기 보다 증가했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비금융법인기업은 매출 부진의 영향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 18조원에서 23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분기 20조원 대비 소폭 줄었다.
일반 정부는 한은차입금 상환과 국채 발행 감소 등으로 자금잉여 규모가 전분기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중 금융법인이 정부, 기업, 가계를 포함한 국내 비금융법인에 공급한 자금은 총 42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9조4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에는 자금 공급을 확대한 반면 일반정부와 가계에 대한 공급은 축소했다.
금융법인이 비금융부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35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8조4000억원 감소했다.
9월말 현재 총 금융자산은 전분기말 대비 2.4% 증가한 1경1662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전분기말 대비 137조3000억원 증가한 5179조원, 금융부채는 전분기말 대비 49조1000억원 증가한 359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회사채 발행 '러쉬'..설비투자 아닌 운영자금으로 이용
주체별 특징적인 점을 살펴보면,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가 전분기 20조4000억원에서 38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회사채 등 채권발행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장기채권금리가 낮아져 회사채 발행 여건이 우호적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채권발행을 늘린 것.
하지만 3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설비투자가 아닌 현금확보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 건설업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컸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자금부족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즉시 연금에 24조원 몰려..주식은 '팔자'
3분기중 개인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총 3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들은 이중 즉시연금을 포함한 보험 및 연금에 24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즉시연금은 일정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한 뒤 매월 연금 형태로 받는 상품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금융상품 간 과세형평성 제고, 고액 자산가의 과세회피 방지 등을 이유로 즉시연금 등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발표후 폐지 전에 가입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거액 자산가들을 비롯해 현금을 보유한 개인들이 즉시연금에 대거 가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개인들은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3분기중 유가증권 11조9000억원 어치를 팔았다. 기업 역시 같은 기간 유가증권 9조1000억원 어치를 팔았으나 정부와 외국인은 각각 5조6000억원, 10조1000억원 매수했다.
개인 및 비영리단체의 3분기 자금 조달규모는 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감소했으나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의 영향으로 기타금융기관 차입이 2배 이상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에는 개인과 금융법인, 정부에서의 자금 잉여분이 일반기업과 국외부분의 부족분을 채워주는 흐름을 보였다"며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서 대체적으로 개인과 기업 모두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