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에 무너진 경제③)이것이 취업자 월 40만명 증가의 '진실'

통계는 고용대박·현실은 고용대란
불완전 고용·단시간 임시노동·자영업 급증 등이 수치 끌어올려

입력 : 2012-12-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방향이 정부 중심의 통계를 기반으로 결정되면서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 국민들은 아우성이지만, 정책당국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통계를 근거로 '선방', '선전', '대박' 등의 찬사를 동원해 가며 다른 나라들보다는 낫다고 자위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통계의 오류에 따른 정책실패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통계는 고용대박, 현실은 고용대란'. 올 한 해 고용시장에 대한 표현이다.
 
연말까지 큰 이변이 없다면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규모가 40만명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까지 고용 호조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통계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20∼30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은 채 자영업 등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를 공감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숫자상으로 화려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 통계와는 달리 핵심 알맹이인 '고용의 질'도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어 통계와 현실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불완전 고용, 단시간 임시노동, 자영업  급증 등이 만들어낸 통계수치는 취업자수와 고용률이 개선되는 통계착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통계와 현실의 괴리 속 '고용대박'을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취업자↑ 실업자↓..수치상으론 '고용대박'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494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3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59.7%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동월대비 다소 축소됐지만 나쁘지만은 않은 성적표였다.
 
올해 취업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5월까지 40만명을 웃돌다가 9월에는 기저효과와 추석효과로 68만5000명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10월 들어서는 30만명대로 떨어져 두 달 연속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30만명대의 취업자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자 또한 지난 8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 추세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9000명 줄어든 71만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2.8%로 전년동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단순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고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고용 지표 비교 시, 한국의 취업자 수(15~64세)는 2261만명으로 OECD 32개 국가 중 8번째다. 우리나라의 작년 실업률(15~64세) 또한 3.5%로 OECD 국가 평균 8.1%의 절반에 못 미치는 최저수준이다.
 
◇자영업 급증 등으로 꾸며진 고용통계..현실과의 괴리 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고용대박을 외치는 고용통계는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올해 우리나라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 40만명대는 고용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영세 자영업이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자영업 진출 급증과 맞물리면서 올해 자영업자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1~11월 자영업자 수는 월평균 13만5000명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자영업자 수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지난해 8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연간 지표와 비교하면 지난 2002년 13만9000명 이후 최대 수준이다.
 
반면에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용 근로자는 올해(1~11월) 월평균 43만4000명 늘어났지만 지난해 증가폭인 57만5000명보다는 24.5% 적다. 올해 대기업이나 제조업 분야의 취업문이 작년보다 더 좁아지면서 상용 근로자의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다.
 
결국 고용통계의 화려한 수치는 고용 안정성이 큰 제조업 등의 상용 근로자 증가가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영세 서비스업 증가 등이 고용 증가를 이끈 것이다.
 
아울러 2%대의 실업률 또한 통계와 현실의 괴리를 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학에서 실업률 3%는 '완전 고용' 상태다. 취업할 의사가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비자발적 실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 20~30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는 현실과 따로 노는 수치다. 청년층의 고용 사정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9000명 줄었고, 인구증감효과를 고려하면 9만9000명 감소했다. 20대 취업자 감소는 지난 5월부터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5~29세의 20대 후반 고용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25~29세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00명(4.1%)이나 증가했고 고용률은 2.3%포인트 급락했다.
 
이처럼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고용 지표를 통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특히 서민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물가와 고용에 관한 통계가 국민 체감도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면서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매달 실업률이 줄고 있는데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통계청의 통계가 임금·복지 등에서 비정규직 대우를 받는 비정형직 분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완전 고용, 단시간 임시노동, 자영업 창업 급증 등이 고용 통계의 수치를 끌어올렸다"며 "이는 수치상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지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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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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