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험사기③)지능화하는 보험사기..당국·보험사 조사권한 강화 시급

사전적발 시스템 개발·처벌 강화 필요성 고조

입력 : 2012-12-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1. 부산A고등학교 교사 윤모(33·여)씨는 입원비가 보장되는 11개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칠판에 글씨를 많이 쓴 탓에 목과 오른쪽 어깨가 결린다’며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21일까지 23일간 허위 입원해 78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겼다.
윤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0년부터 5차례에 걸쳐 41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윤씨 외에 다른 교사들도 최소 3개에서 최대 16개 보험에 가입한 뒤 전국 각지의 병원에 허위 입원해 모두 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
최씨 등 의사 12명은 교사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보험급여를 받아 챙겨왔으며 보험설계사와 교사 가족 등도 이들의 보험사기 사실을 모른 척해 오다 사기방조 혐의로 함께 입건됐다.
 
#2. 부산 동래구에 있는 B의원(사무장병원) 이사장인 김씨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의원을 운영하면서 '통원치료를 해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고 소문을 내 허위 입원환자를 유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억7000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받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는 또 이른바 '나이롱환자'들에게 허위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본인부담금을 받아 6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도 드러닜다. 조사 결과 김씨는 입원환자가 감소하면서 재정난이 가중되자 나이롱환자를 유치해 보험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허위 입퇴원확인서 남발로 보험금을 부당하게 청구한 나이롱 환자는 모두 240여명으로 타낸 보험금만 4억3000만원에 달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보험사기가 과거에 비해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한 데다 점차 집단화, 조직화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령 또한 청소년에서 노인층까지 폭이 넓어지고 있고, 경기침체로 생계형 보험사기가 늘면서 보험사기 적발 규모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와 자동차 정비업체, 의료기관 등이 공모한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등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는 대목도 심각성을더 한다.
 
최근 인구 5만의 도시에서 600여명이 연루되고 400여명이 입건된 태백시 보험사건이 대표적이다. 주민, 보험설계사, 병원이 서로 짜고 무려 150여억원의 보험사기를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다. 이 사기 사건에 연루된 상당수 주민들이 범죄행위인지 몰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능화하는 보험사기·최소한의 조사권한도 없는 SIU
 
이에 정부와 보험업계 모두 보험사기를 차단하기 위해 보험사기조사 전담반을 운영하면서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수행하는 보험사기 조사는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보험사기를 인지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혐의자를 색출해내고 이후 예비조사와 본 조사를 거쳐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철자를 거친다.
 
마찬가지로 보험사들는 SIU라고 불리는 보험사기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보험사기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SIU팀은 보험사기를 조사해야 하는 특수한 업무 탓에 이들은 전직 경찰 출신들이 많다.
 
국내에는 지난 1996년 삼성화재에서 처음 도입돼 현대해상(1997년), 동부화재(1998년) 등으로 확산됐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3개 보험사에 270여명의 SIU가 활동중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조사권한도 없는 보험회사 SIU팀이 보험사기 혐의를 인지하고 이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행법상으로는 자사에 계약이 있는 경우는 조회가 가능하지만 계약이 없는 경우 보험사기 관련자 조회가 불가능해 보험사기 조사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기 조사와 관련한 금융위의 행정조사권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반면, 미국에서는 SIU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각종 범죄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물론이고, 권총까지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민관의 공조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동부화재 SIU팀 관계자는 "외국 같은 경우 보험범죄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시켜 SIU팀에게 수사 권한을 최대한 부여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면서 "보험사기범이라고 의심되는 경우 SIU팀은 이를 입증해내야 하는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문제로 가입자의 휴대폰 위치추적부터 통화내역, 카드사용내역, 의료기록 등 아무것도 확인 할 길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당국 조사 실효성도↓..보험금 지급 후 혐의 입증해도 환수 어려워
 
금융당국에서 이뤄지는 보험사기 조사도 보험금이 이미 지급된 사건에 한해서만 집중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험사들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이 시간이 흐를수록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당국의 보험사기 조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심사과정에서 혐의가 의심되는 사건들을 보고했을 때 이뤄지는데, 대부분의 사건은 보험금 지급이 마무리된 경우다.
 
문제는 보험금이 이미 지급되면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보험금 환수가 어렵다는 점이다.
 
당국이 적발해서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수사기관이 재판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되돌려받는 비율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업계 "보험금 지급 전 적발시스템 마련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따라서 보험업계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에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험사기가 적발 됐더라도 처벌 수위가 매우 가벼운 수준이라는 점도 꾸준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까지 4년간 보험사기로 처벌받은 피고인은 총 1173명이다.
 
이 가운데 징역형의 비율은 24.1%에 불과하고, 나머지 76% 가량은 모두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2002년 연구결과와 비교해 보면 징역형과 집행유예는 감소하고 벌금형은 3배가 넘게 늘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 현재 보험사기를 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형법의 사기죄인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보험범죄가 어떤 행위인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위반시 처벌 근거도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죄 등 다른 재산범죄의 양형과 유사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 보험사기의 특성이 법에 반영될 수 있게 보험업법과 형법을 개정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일찍부터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보험사기의 적발 및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험사기를 적발 및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보험사기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하고 대부분의 주에서 중죄로 처벌하고 있다.
 
각 주에 주 보험사기국(Insurance Fraud Bureau)을 설치해 소속 조사관에 경찰권도 부여하고 있다.
 
보험사기를 예방하거나 적발하는 목적인 경우 보험회사에 보험 및 건강 정보의 공유를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적인 대화의 녹음, 비디오 감시, 사칭 및 위장을 보험회사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보험사기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보험회사에 최소한의 조사권을 부여하고 감독당국(금융위)의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보험사기에 대한 정의 및 처벌 규정울 신설하는 것도 시급하다"며 "보험사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이해 관계자에게 보험사기의 위법성을 명백히 인식시켜 범행을 억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지영 기자
이지영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