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랜드마크 아파트가 불황에 강하다는 통설은 사실이 아님이 증명됐다. 누구나 알만한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폭이 인근 아파트에 비해 두 배 이상 가파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시장 선도주 역할을 하는 랜드마크 아파트의 하락은 인근 아파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의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87.2로 1년 전과 비교해 10.3% 떨어졌다. 2008년 조사 이후 최저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4.7%, 강남3구가 6.3% 하락했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송파 파크리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개포주공 등 단지가 크고 가격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아파트를 선정해 가격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실제 서초구 랜드마크 아파트 중 한 곳인 반포자이(3410가구) 전용 84.9㎡는 12억3000만원에 최근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4억2000원에 거래됐었다. 1년 사이 1억9000만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반면 인근 소형 단지인 반포푸르지오(237가구) 전용 84.8㎡는 최근 매매가가 7억4350만원으로 지난해 8억원과 비교해 5650만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대규모 단지가 대부분인 랜드마크 아파트는 선호도가 높아 호황기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이지만, 침체기에는 대규모 유출 수요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며 하락폭도 키운다는 분석이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랜드마크 아파트는 대단지 프리미엄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시설과 자리가 좋아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며 “이런 아파트는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수요도 많아 가격 하락이 크고 빠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랜드마크 아파트는 인근 주택시장을 이끄는 선도주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거래 대상 1순위 아파트의 매매가 급락는 일대 아파트 시장을 하락장으로 이끈다.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았던 2009년 9.3% 올랐던 KB선도아파트는 금융위기 확산으로 2010년 -3.6%, 2011년 -2.7%로 하락전환한데 이어 올해 -10.3%로 급락했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질수록 하락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전체 아파트 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09년 2.6% 상승 후 2010년 -2.2%, 2011년 -0.4%, 2012년 -4.7%를 기록하며 선도아파트를 뒤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일수 KB국민은행 팀장은 “랜드마크 아파트는 주식으로 말하면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주”라며 “이 아파트들의 하락은 일대 시장의 변화를 전망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