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한국과 중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기 부양 기대감도 커졌지만, 건설·조선 산업은 모두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정보통신(IT) 업종은 호전될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내놓은 '2013년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전세계 시장에서 LTE 서비스가 본격화함에 따라 IT 업종은 '맑음'(매우 좋음), 건설과 조선 업종은 '흐림'(나쁨)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기계·석유화학·철강 등 6개 업종은 '구름 조금'(좋음)으로 나타났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2012년 실적과 2013년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이를 기상도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조금'과 '흐림'은 각각 좋음과 나쁨, '비'는 매우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車, 금융위기 이후 첫 하락세.."내년엔 수출 늘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전년 대비 4.3% 줄어든 140만3165대의 완성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의 하락세다.
국내외 경기침체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이 원인이었다.
업계는 올해 자동차 업종이 지난해보다는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6종의 신차 출시와 기아차의 광주공장 증설 등의 이슈가 있어 수출이 3.1% 증가하고 내수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0년 이상된 노후 차량 비중이 전체의 33%에 달해 신차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내수는 지난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출이 10만대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한해 내수와 수출을 합해 전년 대비 2.2% 늘어난 470만대 가량을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큰 폭의 회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또 올해부터 실시되는 주간 연속 2교대 등 노동규제 강화가 생산량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中 시진핑호 '내수경기 부양책'..'기계·정유·석유화학' 개선 기대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 체제 시진핑호가 내수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 속에 기계와 정유, 석유화학 업종의 대중국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국들의 경쟁 심화와 채산성 향상 등으로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계 산업의 경우 신흥국 투자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이 지난해 대비 8.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엔화 약세와 함께 주요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큰 폭의 수출 채산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유 업종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돼 국내산 경유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또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와 함께 IT기기를 중심으로 신소재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돼 수출이 5.6% 가량 증가할 것으로 대한상의는 예상했다.
그러나 석유화학·정유 업종 현장의 목소리는 대한상의 분석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올해 국제 유가가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석유제품은 국제 유가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유가 하락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110달러선을 형성하며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라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문제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유가 급등락 역시 위험요소"라고 설명했다.
올해 철강 업종에 대해서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대한상의는 전망했다. 상의는 그 배경에 대해 "자동차와 기계, 조선 등 철강을 필요로 하는 수요산업들의 경기가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이며 "셰일가스 발굴에 따라 강관 생산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 볕드나" 건설·조선 '흐림'..IT는 '맑음'
건설과 조선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건설 산업은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악화돼 지방공공발주가 위축되고, 전세난으로 호조세를 보여왔던 오피스텔 등 도시형 생활주택도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 산업의 경우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상선부문의 공급과잉이 계속되다가 오는 2014년 상반기에나 수급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산업기상도에서 유일하게 맑을 것으로 전망된 정보통신(IT) 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 LTE 서비스가 본격화됨에 따라 신규 스마트폰이 경기 호조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다. 여기에 또 시스템반도체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패널의 성장세도 기대되고 있어 생산은 지난해 보다 4.6%, 수출은 5.5%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최근 중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해 경기부양이 기대되고 있다"며 "업종 전반에 걸쳐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가 수출촉진과 내수경기의 부양과 함께 신시장 개척 등 우리기업의 불황 탈출노력을 다각도로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