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들의 시무식 발언 통해 미리 본 업계 기상도

경기침체 '계사년', 車·조선·종합상사 '울상'..정유는 '미소'

입력 : 2013-01-02 오후 4:07:27
[산업 2팀] 2일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시무식을 갖고 올해 업무에 들어갔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기업 경영도 세계 경기 침체 지속으로 낙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자동차·조선·종합상사는 '위기경영'을 우려하며 울상을 지은 반면, 국제 유가 고공 행진으로 정유사는 공격 경영을 다짐하며 미소를 지었다.
 
◇車업계 "국내·외 환경 매우 어렵다. 위기절감"
 
우선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 2012년, 현대자동차 그룹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과 발전을 지속, 전년보다 8% 가량 성장 712만대를 생산·판매하는 등 세계 5위 완성창업체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013년은 지난 수년 간 지속된 유럽재정 위기와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에서 올해 생산·판매 목표를 보수적으로 제시하는 등 위기경영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감안해 정 회장은 올해 현대차그룹의 생산·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4%(29만대) 성장한 741만대로 잡았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예년 15%의 성장세의 3분의 1, 지난해 성장률(7.8%)의 절반 수준으로 매우 보수적이라고 업계는 풀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우리에게는 그 어떤 위기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불굴의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이를 극복하며, 눈부신 성과를 이뤄온 저력이 있다"면서 "올 한해 현대차그룹은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위기경영'을 강조했다.
 
◇철강 "치킨 게임 가속, 극한의 시련 감내해야"
 
국내 1위의 철강 업체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도 이날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포스코는 세계 경기침체와 철강 공급과잉 구조 등에 따른 수익성 하락의 압박을 받으며 위기를 절감했다"면서 "포스코그룹의 중심 축인 철강 사업에서는 국내외에서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올해도 가속화할 전망이고, 인프라·무역·에너지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극한의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새해 첫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려운 경영전망과 위기를 말하는 게 자칫 이해 관계자와 임직원들의 불안감과 경영활동의 위축을 불러올 것 같아 불편한 심정"이라면서도 "이미 지난해부터 고착화되고 있는 상시위기의 상황을 포스코 가족 모두가 체감하고 있어 2013년 경영 콘셉을 '가치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13년을 '가치경쟁의 원년'으로 잡고, 포스코는 앞으로 '가격경쟁'이 아닌 '가치경쟁'을 통해 시장 리더십과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경영'을 네세우고 '하드 혁신'을 위기극복의 '필요조건'으로, '소프트 혁신'을 위기극복의 '충분조건'으로 각각 꼽았다.
 
그는 이에 따라 '일당오(一當五)'의 자세로 직원 개개인의 업무역량을 배가시키고, 조직운영의 유연성과 기동력을 높여 ‘大室, 대그룹제’를 자연스럽게 정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스코의 '가치 경쟁'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내실 있는 경영'과 일맥 상통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조선, 하락세 지속·종합상사, 올 경영 '비관적'
 
조선 업체와 종합상사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연구원의 2013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수출 효자 종목인 조선의 경우 전년대비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25.5%에서 올해 4.8%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으나, 같은 기간 조선업의 생산성은 –3.5%에서 –5.0%로 더 악화된다.
 
여기에 조선 산업이 지난해 수출 '탑5'에서 사상 처음으로 밀려나는 등 하락세가 가속화 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은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번주 말께나 올해 경영 목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 자원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는 종합상사 등도 올 경영에 비관적이다.
 
김정래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이날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시무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대내외 상황이 어려운 만큼 올해 경영도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근 SK수펙스 의장이 신년사를 통해 그룹 가치 300조원 실현 등 올해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정유 "올해 최고 성과 창출·더 큰 행복 지속 창출"
 
그러나  경기침체와 국제 유가 고공 행진에 정유사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어, 이날 시무식도 이들 업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SK그룹은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가진 시무식에서 대내외 경기침체에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수출실적인 600억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출 실적은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5482억달러)의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에는 에너지 기업인 계열사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케미칼 등이 크게 기여했다고 SK그룹은 강조했다.
  
김창근 SK수펙스 의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룹 가치 300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면서 "자율·책임경영과 혁신경영으로 더 큰 행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공격적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정유 업계 2위인 GS칼텍스의 허진수 부회장도 시무식에서 "올해 업계 최고 성과 내겠다" 면서 올 경영목표를 '업계 최고의 성과 창출'로 내세웠다.
 
허 부회장은 이날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 "국내외 경기침체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위기를 넘어 일상화 됐고,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도 "올해 경영목표는 '업계 최고 성과창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2년 석유제품은 수출(562억달러)은 전년도 1위 업종인 선박류를 제치고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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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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