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무죄선고 김지하 "보상금 목적으로 재심한 것"

이정희 겨냥해 "보상금, 적어도 27억원을 줘야하지 않나"

입력 : 2013-01-04 오후 4:24:18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민청학련'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다만 담시(譚詩) '오적'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선 선택 가능한 형의 최하한인 징역 1월에 대한 선고유예의 판결을 선고한다."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502호 법정. 무죄를 선고받은 시인 김지하씨(72·본명 김영일)가 지팡이를 짚고 법정을 나왔다.
 
1974년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고 7년 간 옥살이를 했던 김씨가 사건 발생 39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무죄를 선고받은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무생각 없다. 세월이 얼마야"라며 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김씨는 이어 재심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보상금을 목적으로 재심한 것"이라며 "억울한 것들(고문)은 옛날에 다 당했다. 왜 보상금을 안줘. 내가 돈에 미친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7억원을 주고 먹고튀게 한 여자(이정희 전 대선 후보)도 있는데, 난 예전에 사형선고도 받고, 그 손해배상은 어디서 청해야 되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 돈이 중요하다. 세상을 살다보니까 돈이 중요하더라.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며 "돈이 없으면 부자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 난 돈이 없어서 내 자식들 대학도 보내지 못했다. 빈털털이 시인에게 돈이 있을리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인기였던 '오적'을 사건 이후로 출간할 수도 없었고, (이로인해)수년 간 시인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 아쉽다"라며 "손해보상금을 정확히 심사해서 500억, 5000억원, 적어도 27억 이상은 줘야하지 않냐"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박근혜 당선자 측 인수위원회에 들어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가 수락할 것 같냐. 수락하면 돈이 나오나. 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민사소송에 들어갔다. 현재 준비중이니. 자세한 것은 서류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유신 시대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다.
 
1970년 '사상계'에 당시 정치인과 재벌 등을 비판한 시 '오적'을 발표해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간 투옥됐던 김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구속돼 사형이 선고됐다.
 
그는 국제적 구명운동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사건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썼다가 재수감돼 6년을 더 감옥에서 보냈다.
 
김씨는 2010년 11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지난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1년이 넘게 이뤄지지 않는 재심개시 결정을 촉구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는 "지금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변동과정을 볼 때 나의 행동은 전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엄밀하게 다시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며 별도의 구형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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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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