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 사형선고 김지하, 39년만에 무죄(종합)

법원 "재판부로서 진실로 사죄의 뜻 전해"
김지하 "아무 생각 없다..보상금 목적으로 재심 청구한 것"

입력 : 2013-01-04 오후 3:23:05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1974년 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고 7년 간 옥살이를 했던 시인 김지하(72·본명 김영일)씨가 사건 발생 39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는 4일 대통령 긴급조치 4호 위반, 국가보안법,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7년여간 옥살이를 한 김씨(사진)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씨가 1970년 '사상계'에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시 '오적'을 게재한 혐의(반공법위반의 점)에 대해선 징역 1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로 인해 사건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고 피고인데 대해 관련 범법행위의 증명이 없는 점을 분명히 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재판절차가 인권보장과 법치주의 수호라는 사법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씨를 포함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다수의 지식인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희생이 강요된 결과에 대해 현재에 있어 같은 사법작용에 관여하는 재판부로서는 진실로 사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비록 같은 재심대상 판결로 유죄가 인정된 당시 '오적' 관련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재심법원의 심리 범위에 관한 범리상의 한계로 인해 그 유·무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처벌의 무가지성(無價値性)에 기초해 선택 가능한 형의 최하하인 징역 1월에 대한 선고유예의 판결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벌의 무가치성에 기초해 선고유예의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창작활동이 헌법상 보장된 예술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이었음을 분명히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판결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아무생각 없다. 그냥 보상금 받을 목적으로 재심을 청구한 것이고, 민사소송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유신 시대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이다.
 
1970년 '사상계'에 당시 정치인과 재벌 등을 비판한 시 '오적'을 발표해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간 투옥됐던 김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구속돼 사형이 선고됐다.
 
그는 국제적 구명운동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사건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썼다가 재수감돼 6년을 더 감옥에서 보냈다.
 
김씨는 2010년 11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지난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올해 2월 1년이 넘게 이뤄지지 않는 재심개시 결정을 촉구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김씨는 "지금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변동과정을 볼 때 나의 행동은 전혀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엄밀하게 다시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며 별도의 구형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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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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