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들이 연말연초에 걸쳐 계약직을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나서자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비정규직 고용안정 및 차별철폐'에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지만 무기계약직 전환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는 아니다는 반박이 나오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계약직원에 대한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하거나 검토중이다.
기업은행(024110)은 기간제 계약직 1132명 전원을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무기계약직 3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지난해말 노사합의로 결정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무기계약 전환 규모와 시기를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준 이상을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기계약 전환은 금융노사간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것"이라며 "대선 이후 은행의 공익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규모가 예년보다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금융권 노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임단협을 통해 1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데 합의했다. 여기에 박 당선자가 '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차별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층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이 비정규직 문제의 정답이냐를 놓고서는 금융권의 시각은 엇갈린다.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은 아니지만 정년을 보장받고 임금을 제외한 처우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며 "업무와 급여 차이는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월급의 70~80% 수준이다.
반면 후일에 은행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건비 문제를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소홀히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 은행들이 정규직 전환 비율을 밝히고 않지만 은행권 전체의 정규직 전환 비중은 매년 3~4%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은행에선 정규직 전환 제도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우리은행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규모 전환하면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규직 직원들의 급여를 동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무기계약직 직원은 "고용 안정 면에서는 만족하지만 성취감이나 조직 충성도는 낮은 편"이라며 "임금 차이가 여전한 상황에서는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일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