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MB정부 때 논란이 된 교육 정책을 만든 책임자가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됐다.
지난 5일 새 정부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로 임명된 곽병선 전 경인여대 총장은 2008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선임위원으로 ‘2009 개정교육과정’의 실무를 맡았다.
‘2009 개정’에서 핵심은 학생들이 학기당 배우는 과목수를 줄이는 명목으로 도덕, 음악, 미술 등은 특정학기에 몰아서 수업하는 ‘집중이수제’다.
또 총 수업시간의 20%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곽 인수위원은 당시 이를 ‘미래형 교육과정’이라고 칭했다. 학교 중심의 자율교육을 통해 학교•선생들의 교육 방식도 발전하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창의 인재로 자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간사가 추진했던 2009년 교육과정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집중이수제는 시행 2년 만에 내용이 일부 수정됐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중•고교 집중이수제에서 체육•음악•미술을 제외했다.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집중이수제가 학생들의 성장발달단계와 맞지 않는다는 현장의 부정적인 시각을 수용한 것이다.
집중이수제를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제도가 대입 시험 전 국•영•수 등을 집중 공부하기 위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 자율수업 조정 제도도 국•영•수 수업 시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9 개정’이 시행된 후 전국 중학교의 73.7%(2375곳)가 영어 수업시간을 늘렸다. 또 54.5%(1756곳)이 수학 시간을 늘렸다. 반면 도덕, 기술은 각각 33%, 41% 학교가 수업 시간을 줄였다. 국•영•수 수업 시간이 늘어나 사교육과 학생들의 입시 부담은 더 늘어났다는 지적도 많다.
곽 간사의 교육 철학이 박근혜 당선자의 교육 공약과 상반되는 부분도 드러났다.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대선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중학교까지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 자율적 체험활동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진행하고,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와 중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과목 감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수시는 학생부, 또는 논술 위주로 진행하고 정시는 수능위주로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곽 간사는 지난 2007년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절대평가를 통한 학교생활기록부(내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능시험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곽 간사는 ‘대입선발 자유화의 문제’ 발표에서 고교 과정 동안 2번의 전국 단위 학력 고사를 실시하고 이를 학교 기록에 반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능시험, 논술, 대학별고사는 필요가 없어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