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스타일은 저마다 달라도 거장의 지휘에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점이다. 특히 주빈 메타(77)의 지휘가 그랬다. 1월 5일과 6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은 자연과 닮아 있었다. 완급조절이 돋보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콘서트홀을 부드럽게 쥐었다 놓는 느낌이었다.
6일 프로그램은 베토벤과 림스키-코르사코프, 브람스 등으로 꾸려졌다. 양국의 국가 연주로 시작부터 분위기가 압도된 가운데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3번'이 울려퍼졌다. 이 곡은 자유를 향한 투쟁을 주제로 하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으로, 하행하던 음표들이 어느 순간 상승국면으로 급반전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주빈 메타의 섬세한 손놀림이 큰 파고로 바뀌는 찰나, 플룻과 바순의 부드러운 음색이 순식간에 역동적인 현악기 음으로 전환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작품번호 34'는 이국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5개의 악장 모두 스페인의 민요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이 곡에서 이스라엘 필 단원들은 탁월한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1악장 '알보라다, 아침의 노래'에서는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독주 부분이 돋보였다. 2악장의 다양한 바이올린 주법과 3악장의 하프의 아름다운 선율 역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악장에서는 호른, 트럼펫, 바이올린, 플룻, 클라리넷, 하프가 차례로 연주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빠른 리듬의 5악장으로 이어지며 화려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곡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다단조, 작품번호 68'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제10번'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마치 파도처럼 부드럽게 밀고 당기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뽐냈다. 장중함, 온화함, 경쾌함, 우수 등 악장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선보이면서도 시종일관 밀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신년의 힘찬 출발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다. 주빈 메타와 이스라엘 필은 톡톡 튀는 화려한 기교를 내세우기보다는 성숙한 기량을 바탕으로 음악을 흐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둠으로써 더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신년음악회답게 마지막 앙코르곡을 통해 분위기를 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빈 메타는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합창석과 일반관객석의 박수소리까지 지휘해 음악으로 승화하며 수많은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