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방송-통신 정책기구, 여전히 '오리무중'

업계는 ICT 전담부처 '숙원'..규제위원회는 문화부로?

입력 : 2013-01-08 오후 5:18: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차기정부 기구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방송통신위원회의 향방이다.
 
옛 정보통신부와 산업계 인사를 중심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컨트롤타워 복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변수가 여럿 등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지목하는가 하면 인수위 핵심에는 ICT 전문가가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통위 안팎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달 중 부처 개편이 확정되는 가운데 최근 네트워크 단위의 통신과 콘텐츠·플랫폼 단위의 방송담당기구가 나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사실상 방통위의 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기구 개편 논의에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각이 빠져 있다는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진흥부처+규제위원회’ 모델 대세
 
2011년 말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방통위 개편 논의의 1년여간 흐름은 ICT 진흥조직 설립과 부처 안 규제위원회 구성으로 정리되는 양상이었다.
 
방통위 출범 이후 ICT 국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기기)’를 관할하는 거대 독임부처를 설립해 성장을 견인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가 직접 다루기 버거운 규제업무나 방송영역은 부처 내부의 합의제 위원회에 맡기자는 것이 이 안의 또 다른 핵심이다.
 
하지만 차기정부 핵심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급부상하면서 ICT 업무가 통째로 미래창조과학부에 속할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미래창조과학부 구축에 대해서는 ‘확언’을, ICT 전담조직 설립은 ‘적극 검토’ 수준으로 한발 뺐기 때문이다.
 
◇업계 “ICT 전담부처 설립해야” 안간힘
 
상황이 이렇게 되자 ICT 업계의 움직임이 급해졌다.
 
ICT 전담부처 설립을 추동해온 이들은 잇단 언론기고와 토론회 개최로 여론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ICT대연합은 지난 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ICT 전담부처 신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 3일엔 'ICT 비전 대토론회'를 열었고 오는 9일엔 '정부 조직 개편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행정연구소도 ‘새정부 ICT 거버넌스 개편방향’을 주제로 8일 세미나를 개최했고, 한국행정학회는 오는 10일 ‘새정부 정보미디어 정책조직 설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행사는 조금씩 달라도 주제발표는 한결같이 "ICT 생태계를 전담하는 독임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8일 세미나에서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ICT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의 56.3%가 규제와 진흥을 통합한 ICT 전담 독임형 부처 설립을 지지하고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세미나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ICT 부처를 합치자는 데 반대한다”며 “R&D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산업이고 ICT는 급변하는 분야다. 1등 하는 학생과 20등 하는 학생을 한곳에 몰아넣으면 대개는 숫자가 적은 쪽이 희생당하기 때문에 1등 해오던 ICT 학생의 등수가 20등으로 같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수위에 문화부 입김 강화”..방통위 운명은?
 
이런 가운데 최근엔 방송 통신 업무가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오는 11일 ‘업무보고’를 위해 인수위에 파견되는 방통위 인사가 두 그룹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제2분과에 김준상 방송정책국장과 이태희 통신정책기획과장이, 여성문화분과에는 김용수 디지털방송추진단장이 간다”고 밝혔다.
 
경제2분과는 통신을, 여성문화분과는 방송영역을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방통위 개편 내용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위 면면을 보더라도 방송·통신쪽 전문가가 없는 데다 여성문화분과 모철민 간사는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출신”이라며 “방송통신 업무 조정 과정에서 문화부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방송통신 규제위원회’는 ICT 전담조직 혹은 미래창조과학부 대신 문화부 산하에 부속되는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방송영역..공공성은 안드로메다로?
 
윤창번 새누리당 방송통신추진단장은 지난 3일 박근혜 당선자의 방송통신 기구 개편 방향과 관련해 ▲ICT 전담부처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규제를 담당하는 미디어위원회를 설치하며 ▲내용심의는 콘텐츠위원회를 설치해 맡긴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통신심의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 역시 관련기구의 업무 조정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정리하면 ICT 진흥 조직과 방송통신 규제위원회라는 이원화된 구조는 현재로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인수위 결과물은 두고 봐야 알 수 있지만 업계는 독임제든 합의제든 방송통신정책을 담당하는 기구가 정부 관할 아래 조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지점이다.
 
ICT 전담부처와 부처 산하 규제위원회로는 방송통신정책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방송 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처럼 정부 아래 복속된 위원회는 '무늬만 합의제'로 기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망중립성 이슈나 개인정보보호 이슈 등 방송뿐 아니라 통신영역에도 공적 영역이 존재한다”며 “공익을 위해서는 합의제 위원회를 보완하고 기구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의 논의 흐름은 이에 대한 고민이 완전히 빠져 있다”고 말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도 “방송관련 기구를 정부 부처 안에 넣는 것은 방통위 5년으로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채 위원은 “ICT는 각 분야 곳곳에 스며있는 것”이라며 “ICT 기능만 별도 떼 내 정통부 같은 집단을 만든다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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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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