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금유입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증시는 상승랠리를 즐기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와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된 가운데 시장의 불안요소였던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성사되며 안되감이 형성되고 있고 어닝시즌을 맞아 기업들이 호전된 실적을 발표하며 주식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S&P 500 지수 <출처 : CNN Money>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형주 중심의 S&P 500가 5년래 최고점을 찍어 1472.12를 기록해 연초 이후 3.2%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영국 런던의 대표지수인 FTSE 100이 6121.58로 나타나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지난주를 마감했고, 독일도 연초대비 1.4% 올랐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도 엔저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며 3.9% 올라 2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배분·펀드설정 등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FTSE전세계지수는 230.67로 집계돼 지난 2011년 5월이래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금, 주식으로 대이동
펀드조사업체 EPFR에따르면 지난 3~9일 한 주 동안 주식·펀드로 흘러들어온 자금은 222억달러로 지난 2007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메론 브란트 EPFR 리서치 디렉터는 "최근 증시는 여느 때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관리운용펀드 등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신흥국보다 미국 쪽으로의 대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EPFR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104억달러로 6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머징마켓의 주식·펀드로는 74억달러가 들어온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리퍼에따르면 한주간 기준 지난 미국의 지수연동형펀드(ETF)를 비롯한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83억달러로 이는 1992년 이후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채권시장 정크 본드 증가..고위험 자산 '선호'
채권시장에서도 위험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위험·고수익 정크본드에는 지난주 11억1000만달러가 들어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가장 많은 액수가 모였다.
정크본드 수요가 늘자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은 내리고 수익률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콧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며 "주기적인 후퇴가 있을 수 있지만 주식은 10년 가량 채권 수익률을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채권 수익률 증감표 <출처 : CNN Money>
◇美 부채한도 협상·기업실적이 자금유입의 '변수'
그러나 글로벌 증시에 자금유입이 계속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의회의 부채 한도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기업실적이 저조하게 나오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캐스너 헬야드 어셋 매니지먼트 대표는 "투자자들이 기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채와 재정절벽 문제가 또다시 불거져 시장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짐 스트라이드 Axa 인베스트먼트 영국 지부 대표는 "현실에서 불마켓(강세장)을 꿈꾸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애드리안 캐틀리 시티그룹 유럽 주식 전략가는 "출발은 좋으나 이러한 유형의 자금유입은 1월 전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승 랠리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로버트 파라고 슈로더스 프라이빗 뱅크 자산분야 대표는 "실제로 경제가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마당에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증시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