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현 정부 5년 동안 수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국회에 계류만 돼 있지 도입되지 못하는 것들이 숱하다."
"자잘한 것은 거의 풀렸지만 굵직한 안건은 결국 정부의 의지보다 국회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지만, 정작 시장은 '썰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원하는 정책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깊은 탓이다.
실제 MB정부 5년간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굵직한 대책은 여·야 합의를 못 끌어내며 유야무야되는 사이, 단발성 ‘맛보기식’ 부동산대책만 20차례 가까이 발표돼 시장의 실망과 불신만 키웠다.
◇분양가상한제·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여전히 높은 ‘국회 문턱’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도입 1순위로 꼽는 정책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으로 입법기관인 국회를 거쳐야만 도입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가격 불안 조장과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어 도입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09년부터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후 각종 부동산대책에서 단골메뉴로 올라왔지만 국회의 벽에 막혀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폐지 대신 대상 주택을 보금자리주택과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공공·민영아파트, 집값 급등 우려지역에 건설하는 아파트로 한정하고 나머지 지역에 적용하지 않는 일부 개정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2주택자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제도는 올해 말까지 일반과세키로 했다. 정책적 안정을 제시하지 못한 채 2009년 이후 5년째 한시적 감면 연장만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후 당내 조직 재건 중으로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지금까지의 큰 틀은 지킬 것으로 본다"며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계부채 여전히 심각..DTI 폐지 가능할까
얼어붙은 매수세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또 하나의 부동산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하우스푸어 같은 공포분위기가 조성되는 요즘같은 때에 대출 좀 더 준다고 무턱대고 투자를 할 세력은 많지 않다"며 "DTI는 단순히 시장에 돈줄을 더 터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위험 수위까지 치솟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폐지가 쉽지 않다. 국토부에서 수차례 DTI폐지를 요청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서울 50%(강남3구 40%), 경기·인천 60%로 DTI가 제한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0대 미만 직장인과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산가에 대해 최대 15%포인트의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선에서 시장과 뜻을 일부 반영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장기 구조적 침체기..“종합적 규제 완화 필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6.3% 하락했다. 반면 전셋값은 25.1% 상승했다. 주택시장이 무너지며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리자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는 각종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남3구 투기지역·주택거래신고제도 해제 등 규제 완화안을 발표했지만 시장 침체를 막지 못했다.
굵직했지만 시기를 놓친 정책이 찔끔찔끔 나오며 시장 불신만 심화된 상황으로 시장은 새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치동 T공인 대표는 "양당이 취득세 감면 연장에 합의할 것이라는 소식 이후 끊겼던 매수 문의가 다시 오고 있다"면서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 정상화에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땜빵'식 개별적 정책 완화보다는 부동산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미리 시장에 발표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경계했다. 특히 취득세, 양도세 등과 같은 거래세는 시장을 정지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구조적인 침체기를 보내는 때에 어느 하나만 풀린다고 해서 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건설·부동산, 세제, 금융이 유기적으로 얽힌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