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여성 피의자 A씨(44)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성(性) 스캔들'의 주인공 전 검사 전모씨(31)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16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정선재)는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검사에 대한 첫 공판을 16일 오전 10시 425호 법정에서 진행한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으로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됐던 전씨는 지난해 11월10일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를 동부지검 자신의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강제로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다.
전 씨는 또 이틀 뒤인 12일 퇴근 후 A씨를 다시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유사 성행위를 하고 같은 날 서울 성동구 왕십리 부근 모텔로 데려가 두 번의 성관계를 가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전 검사가 A씨와 검사실과 모텔 등에서 성관계를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A씨를 검사실이 아닌 지하철역으로 부른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각각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에 앞서 검찰은 전씨를 해임했다.
◇재판 하루 앞두고도 변호인 선임 못해
이번 첫 공판은 지난달 17일 소장을 접수, 18일에 의견서를 제출한 지 한 달여만에 열리는 것이다.
다만 전씨가 재판을 하루 남긴 시점까지도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전씨는 기소 직후 법무법인 '바른'의 S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이 변호사는 지난 3일 법원에 소송대리인 해임(사임)서를 제출했다.
이후 첫 공판기일인 16일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전씨는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전 검사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씨가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공판기일 전 피고인 측 변호인이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및 복사신청을 해 그 내용을 검토하고, 재판부에 피의자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씨가 변호인을 아직까지 선임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다만, 기일 직전까지 공판을 연기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전씨 본인이 직접 자신을 변호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뇌물수수죄와 직권남용죄는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범죄는 아니다.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전씨 사건의 공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이제 검찰과 피고인인 전씨 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의 '성행위'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만큼, 향후 법정에서 각국의 판례가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성행위'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검찰은 전 검사를 지난해 11월24일 뇌물수수혐 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범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든다'는 사유로 법원에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돼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기에 진화하려는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검찰이 전씨를 결국 불구속 기소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를 공소사실에 포함시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검찰이 또 다시 '빗나간 기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유사 판례 많아" 검찰 '뇌물수수'혐의 입증 자신
그러나 검찰은 이미 거의 동일한 판결이 일본에서 있었고, 상당수의 유사판결이 국내에서도 나온 것을 근거로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일본에서는 판사가 여성피고인을 모텔로 데려가 성행위를 한 사건에 대해 '판사가 피고인을 법정이 아닌 다른 장소로 나오라고 한 부분'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다"며 "성관계의 경우 강력반 형사가 사건처리와 관련해 고소인과 성행위를 한 사건과, 마약 담당 형사가 편의제공 등 명목으로 피의자와 성행위를 한 사건에서 뇌물죄로 인정된 판결 등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여성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지 여부도 이번 재판의 관심사다.
A씨 측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피해 여성을 강간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명확한 구도가 된다"면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전혀 관계없는 혐의를 적용했다"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주장 엇갈려 피해여성 출석 여부도 관심
특히 주말에 조사한 이유·합의금 액수, 검사실내 성관계 유무, 검찰청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경위 등에 대해 전씨와 A씨의 의견이 상당 부분 엇갈리고 있다.
반면 전씨 측은 "뇌물죄의 객체는 '경제적 이익'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법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 검사의 사건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2심이 유죄로 인정하고, 이를 대법원에서 확정할 경우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