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잠재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한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새 정부에 바란다' 주제 세미나에서 현 경제 상황을 이같이 진단하고, 단기 경기부양보다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위기를 피하기 위해 무리한 경기 부양책을 전개하기 보다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 시각에서 성장 잠재력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추락하며 저성장 기조의 배경이 됐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1981년부터 1990년은 10.62%, 1991년부터 2000년은 6.43%, 2001년부터 2010년은 3.08%의 잠재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2월에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잠재 성장률을 3.01%로 전망했다.
이처럼 잠재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은 무엇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된 탓이다.
김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과 정책 의지가 절실하다"며 "새로운 정책의 개발보다는 기존 정책의 실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낮은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규제에 대해 정비를 하는 한편 신설 또는 강화되는 규제에 대한 사전평가 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정치적 이유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규율 중심의 기업정책을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석훈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법집행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서의 기업 활동 운신 폭을 최대한 넓혀주면서 불공정 행위나 경쟁훼손 행위를 철저히 밝혀 확실히 책임을 묻는 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활동이 복잡해짐에 따라 어디까지가 위법한 불공정 행위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인지를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과다한 사전규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원은 사전적 행정규제보다 행위의 부당성을 사후적으로 정확하게 밝혀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법(私法) 집행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규제의존과 대증요법을 경계해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리해고의 경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고 명시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열거할 경우 고용 유인을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정리해고의 절차를 명확히 하고, 해고 뒤 직업훈련 제공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안도 뒤따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일부 증상에 대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규제의존적·대증요법적 접근은 고용 위축이나 일부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 훼손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및 안정성 모두를 고려하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당사자 간 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조세·재정 부문에서는 복지공약 이행과 저성장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 확대가 새 정부의 중요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부는 재정·조세정책의 기본방향을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데 둬야 한다"며 "무엇보다 복지공약을 재점검해 과도하게 복지지출이 확대돼 복지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수정해야 할 복지공약은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면서 "증세와 국제발행을 통한 재원마련은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배 한경연 부연구위원이 거시정책부문 '잠재성장률 제고'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