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우리나라 국민 중 50대 은퇴준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20대 순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과 서울대학교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가 지난 15일 발표한 지난해 연령별 은퇴준비격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가 20% 포인트로 가장 컸다. 은퇴준비격차는 목표소득대체율과 은퇴소득대체율 간 차이를 말한다.
목표소득대체율은 은퇴 직전 소득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의 비율로, 희망하는 은퇴생활 수준이다. 은퇴소득대체율은 실제 은퇴 후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현실적인 은퇴준비 지수를 뜻한다.
50대의 경우 은퇴소득대체율은 39%인 반면 목표소득대체율은 59%로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나 은퇴 후 희망 생활수준과 실제 준비된 수준간의 격차가 가장 컸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 준비도는 5년 전에 비해 소폭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직전 소득 대비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는 61%로 지난 조사 대비 감소한 반면 은퇴 후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퇴소득대체율’은 소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희망하는 은퇴생활 수준과 실제 은퇴 준비 수준의 괴리를 나타내는 ‘은퇴준비격차’ 는 지난 조사대비 2% 포인트 소폭 개선된 18% 포인트를 기록했다.
서진희 피델리티자산운용 상무는 “희망하는 은퇴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목표소득대체율이 감소한 것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세계 경기 침체, 국내 가계 부채의 증가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인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직업별로는 사무직 종사자, 소득별로는 고소득층의 은퇴준비도가 으뜸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반대로 은퇴까지 시간적 여유가 가장 적은 50대의 은퇴 준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20대의 경우 경기 침체의 영향이 청년 실업과 허니문 푸어 등과 같은 형태로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의 낮은 저축률도 낮은 은퇴 준비도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피델리티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소득분위별로는 고소득층일수록 은퇴준비가 잘 되어있는 반면 저소득층은 열악한 수준이라 은퇴 준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집단의 은퇴준비격차는 1%p로 매우 낮은 반면 최저소득층인 1분위의 경우 은퇴준비격차가 68p%로 매우 크게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 가계의 은퇴소득구조를 보면 국가(국민연금)가 노후소득의 35.9%, 기업(퇴직연금)이 6.2%, 그리고 개인(개인저축+개인연금)이 57.9%를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국가보장은 감소한 반면 기업보장과 개인보장은 증가한 수치다. 이는 퇴직연금 제도의 확대 적용 및 개인연금 가입률의 증가에 따라 은퇴의 사적 대비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개인연금제도가 담당하는 은퇴소득대체율 수준(1.3%)은 여전히 OECD나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수준 (10%)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개인연금제도가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은퇴준비에 대한 개별 가계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구조적으로 개인연금의 가입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및 제도의 보완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 마이클 리드 대표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의무가입이 신설되고,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 준비도는 점차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리드 대표는 “피델리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은퇴준비 지수 발표 및 다양한 은퇴관련 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성공적인 은퇴준비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가구주가 20세에서 59세인 2인 이상의 도시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60세에 은퇴하고 부부가 모두 기대여명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