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무산`..朴정부로 떠넘겨

입력 : 2013-01-17 오후 12:46:18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서 출발한 종교인 과세문제가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도 결론을 짓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넘겨졌다.
 
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MB정부의 국정과제를 이끌어 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연초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1년여만에 꼬리를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17일 '2012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 소득세 과세문제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협의와 과세기술상 방법 및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해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재완 장관 큰소리 도로아미타불
 
종교인 과세문제가 불거진 것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들에게 과세하지 않는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부터다.
 
당시 국세청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과세가 가능한지를 묻는 법적 유권해석을 요구했지만, 재정부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창문만 열어도 수십개의 교회 십자가가 보이고 전국 유명산 구석구석에 절이 있는 종교의 나라 한국에서 종교인 과세문제를 거론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재완 장관이 지난해 종교인 과세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나름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이후 일부 종교인들도 과세문제에 공감을 표시하는 등 국민적인 공감대도 상당수준 끌어올려졌다. 재정부는 종교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올해 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소득을 과세할지에 대해 규정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재정부의 행동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해 10월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국세청장이 다음달부터 과세하겠다고 해도 된다"면서 법령개정 작업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과세자체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인프라를 갖추는 차원에서 협의가 더 돼야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올해(2012년) 안에 입법화하겠다던 장담은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작업에서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공감대가 더 필요하다"는 말로 바뀌었다.
 
◇기독교인 이명박의 실패, 무교 박근혜는?
 
기획재정부가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종교인 과세방안을 제외한 것은 청와대의 뜻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는 세수에는 큰 도움이 안되면서 종교활동을 '근로'로 보는 것에 대한 종교계의 거부감은 크다. 청와대에서도 추진에 반대입장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인 과세문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종교인 과세문제는 무교로 알려진 박근혜 당선자의 짐으로 떠안겨졌다.
 
박 당선자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은 종교인 과세문제의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내지 않은 성직자들은 소득이 얼마인지 파악되지 않는 지하경제다. 그나마 소득세를 부담하면 과세대상 범위 내에서는 소득이 투명화된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인수위 업무보고에는 종교인 과세 방안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청와대에도 과세방법, 인프라 구축, 과세시기 등을 결정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그래서 연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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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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