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 사정이 나아지며, 유로존 경제가 안정화 되고 있다. 글로벌 채권투자가들도 부채위기 국가의 국채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채권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서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금융시장도 정상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로존이 지난 3년간의 재정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유로존 위기의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 밝혔다.
다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저조한 경제성장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특히 유로존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 마저 성장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높은 실업률과 기업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프랑스 경제 역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로존 경제가 다시 뒷걸음질을 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유로존 경제 바닥 쳤나..낙관론 '솔솔'
유로존 전체를 놓고 보면 지난 2012년 채무 위기를 간신히 극복하고, 서서히 안정을 찾아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은 많은 노력 끝에 서서히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0.75%로 7개월 연속 동결했다.
◇독일 기업신뢰지수 추이(자료 마켓오라클)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유로존의 12월 경기신뢰지수는 87.7로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11월 물가도 2.1%로 유럽연합(EU) 목표치인 2.0%를 상회한다"며 금리 동결의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경기약화가 봄을 지나 극복될 것으로 믿으며 올해 경기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실물경제 지표는 여전히 부진해 낙관론과 함께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의 11월 산업생산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으며, 실업률은 11.8%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우리는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슐츠 전 ECB 집행위원도 "유로존의 현 상황은 아직 좋지 않지만 다만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대국 독일 성장률 위축 뚜렷
가장 큰 우려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성장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12월 재계신뢰지수는 102.4로 지난달에 비해 오르며 전망치 102.4를 넘어서며 경기회복 기대는 큰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는 0.5%로 지난 분기의 0.7%를 밑돌았으며 시장 예상치 0.8%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 산업생산 흐름(자료: 마켓오라클)
독일 분데스방크는 "독일이 2012년 금융위기를 떨치고 슬럼프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성장 전망치를 1.9%에서 0.4%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내수가 소폭 회복됐음에도 유로존 경기침체 지속으로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 문제도 심각해 독일의 고용비용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달 실업자 수도 3000여명 늘어난 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크리스티안 오트 나티시스 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이 살아나는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며 "무역 부진을 완전히 떨치지 않으면 경제 회복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실업문제로 골머리.."유로존 화약고"
유로존 경제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하다.
지난해 5월 경제 살리기를 약속하며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경영난으로 감원을 단행하고 사회복지 축소를 요구하는 기업들을 달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올랑드 정부가 최근 봉착했던 가장 큰 난관은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의 감원 선언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제철소 일부를 폐쇄하고 6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으나, 올랑드가 국유화 카드까지 꺼내들며 설득하자 결국 지난달 3일 감원을 철회했다.
그러나 프랑스 노조의 반응은 싸늘해서 에두와르 마르탱 프랑스 민주노동조합연합 대표는 "우리는 국유화를 확신했으나 결국 용광로는 폐쇄됐다"며 "정부의 양보는 노조에게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프조 시트로앵이 1만여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르노자동차 역시 75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줄줄이 터지는 실업난 해소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위축이 두드러져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달 자동차 신규등록 건수가 전월 대비 15% 줄었으며 2012년 한해에만 14% 줄어 지난 1997년 이후 최저치이다"라고 밝혔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역시 실업률로, 프랑스에서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인구는 19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현재 실업률은 10.3%이며 청년실업률은 24%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의 4분기 GDP는 0.1% 축소돼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장 크리스토프 카페 플레시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프랑스는 고용비용이 높아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그리스에 이은 유로존의 화약고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