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저축은행 매각지연 이유

저축은행 매각하면 조직 규모 작아질 수밖에 없어
직원의 절반정도가 저축은행 관련 업무 담당

입력 : 2013-01-23 오후 5:42:23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저축은행 매각작업이 정체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예보에서 매각작업을 의도적으로 꺼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교저축은행들을 털어낼 경우 조직의 몸집이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에 애써 이들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22일 현재 예보가 소유하고 있는 가교저축은행은 예쓰, 예솔, 예나래, 예한별, 예한솔, 예성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매각에 성공한 곳은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된 예한별저축은행 한 곳 뿐이다.
 
예보가 소유·관리하는 저축은행이 증가함에 따라 저축은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예보직원도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늘었다.
 
현재 예보에서 저축은행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부서는 저축은행정상화부와 저축은행지원부, 저축은행관리부 등 3 곳이다.
 
하지만 이들 부서 외에 부실책임자의 은닉재산을 찾는 '재산조사실'이나 파산한 금융기관 청산업무를 하는 '청산지원부', 부실책임 조사를 실시하는 '조사국' 등의 업무도 실질적으로 저축은행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산조사실의 경우 저축은행 관련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인원을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 이외의 다른 파산 금융기관이 거의 없어 업무가 저축은행 쪽에 집중돼 있다"며 "저축은행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의 숫자를 딱 잘라서 말하긴 힘들지만 청산이나 파산, 부실책임 조사업무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인원의 절반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관련 업무 인력이 비대해진 만큼 향후 예보가 소유·관리중인 저축은행들을 매각할 경우 담당 인력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보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저축은행 매각에 소극적으로 임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교저축은행을 선뜻 매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예보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산하에 저축은행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예보는 정부에서 승인해준 범위 내에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며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탄력적으로 인원을 배치하는 것이지 맘대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청산이나 파산 관련 업무나 부실책임을 조사하는 업무는 예보직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보의 저축은행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저축은행 정상화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예보가 투입한 금액은 23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회수액은 약 2700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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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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