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내집 마련'에 두번(?) 우는 2030세대

입력 : 2013-01-25 오후 5:07:23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20~30대 청춘들이 현실의 높다란 벽에 아픔을 넘어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
 
20대는 대학졸업 후 높은 취업 문턱에 좌절한다. 정글과도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취업문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30대는 결혼을 앞두고 집 마련에 또 한 번 좌절한다. 학자금 대출 통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주택전세자금을 대출 받는다. '내 집 마련'은 말 그대로 머나먼 '꿈'일 뿐이다.
 
그야말로 '취업과 집' 리스크에 20~30대 청춘이 얼룩지고 있다.
 
◇높은 취업문.."차리리 낙타가 바늘구멍을.."
 
2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취업자는 크게 줄었다. 20대와 30대 취업자 수는 각각 1년 전에 비해 4만명, 3만1000명 감소했다.
 
특히 한창 일해야 할 20대 후반 25~29세의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만900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로 신규 채용이 중단됐던 1998년(22만명 감소) 이후 최대 수준이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20대 고용률은 5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3.7%)보다 5.2%포인트 낮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김모씨(26)는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비유되는 금융권 입사를 지난 한 해 동안 준비했지만 결국 합격 통지서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김씨는 "4학년 한해 동안 입사원서만 수십 차례 썼지만 결국 취업하질 못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작년엔 금융·증권사의 신규채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해 1년 더 취업을 준비할 생각이지만 올해도 기업들이 채용인원을 줄인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채용포털 잡코리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재계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은 7.5% 감소하고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 중 15%가 인력감축을 계획하고 있어 올해 기업들의 채용규모는 더 줄어들 예정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 대책은 교육 복지 문화 등 모든 분야와 연결된 '정책의 교차로'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복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그러면서 "원래 일자리 창출의 근본 대책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경제 활성화지만 현 경제상황에서는 여의치 않기 때문에 장·단기적 효과를 모두 도모하는 고단위 처방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청년층의 심각한 고용여건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20대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정책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민달팽이' 20~30대
 
아울러 20~30대 청춘들의 또 다른 리스크는 바로 '집'이다. 20~30대는 대학 시절이나 취업 후 직장인이 되도 월세살이 '민달팽이' 신세는 매한가지다.
 
'민달팽이'는 껍데기 집이 없는 달팽이로 젊은이들이 마땅히 살 곳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온라인 설문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입사 3년차 미만 직장인 459명을 대상으로 '거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취 중인 사회초년생 직장인(64.3%)의 거주형태는 '월세(40.7%)'가 가장 많았다. 사회초년생 10명 중 4명은 '월세살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결혼을 앞둔 20~30대는 더더욱 집 리스크, '주거난'에 시달린다. 전셋집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일 뿐더러 주택전세자금 마련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주로 은행 대출을 통해 주택전세자금을 마련한 20~30대는 곧바로 원금·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렌트푸어'가 된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직장인 이모씨(30)는 "서울에서 2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신혼집 장만하는데 꽤나 힘들었다"며 "결혼 전에는 학자금 대출금 갚느라 허리가 휘었는데, 이제는 집 마련하는데 빌린 대출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휜다. '산 너머 산'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셋값 때문에 결혼할 엄두도 못내는 현실인데 '내집 마련'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며 주거비용 부담을 토로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전문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세대인 에코부머(1979~1985년생, 현재 만 27~33세)는 부모 세대의 소득 증가에 힘입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현재 경제난 속에서 '취업난·신용난·주거난'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에코부머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높아진 주거비 부담은 결혼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들의 특성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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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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