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진정되면서 위기의 진원지였던 남유럽 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뱅크런 우려가 컸던 남유럽 위기국의 은행 예금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민간자본의 유입이 증가하는 등 유로존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며 실업률과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남유럽에 돈줄 들어온다..스페인·이탈리아
29일(현지시간) ING에 따르면 2012년 9월1일부터 연말까지 4개월간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로존 5개 주변국으로 유입된 순 민간 자금은 930억 유로였다.
이는 5개국 국내총생산(GDP)의 9%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첫 8개월 동안 4000억유로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뱅크런 우려가 고조되던 당시 빠져나간 예치금도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권에 예치된 가계 및 기업 예금은 1678억유로로 지난해말보다 64억유로 늘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같은기간 3.7%, 0.2% 증가한 1조4970억유로, 1조5200억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마리오드라기 ECB총재가 유로존 지역에 대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유로존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겠다고 밝히면서 불안심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 당시 7%를 웃돌았던 위험국 국채수익률이 현재 5%대에서 안정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늬만 회복?..실물경제 여전히 '부진'
그러나 이런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0.3%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스페인은 26%에 달하는 실업률로 고전하고 있으며 다른 위기국 역시 낮은 가계 수입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찰스 로버트슨 르네상스 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어떤 국가 경제도 실업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실업난 해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정치적 리스크도 위험요소다.
케빈 페더스톤 런던 경제대학 정치학 교수는 "그리스에 대한 신뢰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다만 안토니오 사마라스 현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가 변수"라고 진단했다.
특히,그리스에서는 반긴축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자칫 소요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역시 다음달 28일 예정된 총선에서는 몬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긴축을 반대하는 베를루스코니의 당선으로 유로존 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 도미니크 지우리아니 로버트 슈만 연구소 수석은 "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어려운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경제가 회복되려면 수요 증가와 사회 개혁,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과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